남북 평화로 이끄는 문은 용서와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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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해 5월 21일 개성공단 방문 전 남측 군사분계선에서 이산 가족과 남북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염수정(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이 분단 70년이 된 한반도의 문제 해결을 위한 키워드로 ‘용서와 화해’를 제시했다.
염 추기경은 3월 24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평화나눔연구소 개소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잘못한 이를 용서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용서와 화해야말로 남북을 평화로 이끄는 문이라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전쟁이 남긴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전쟁이 남긴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진실하고 용기 있는 반성과 참회”라고 말했다. 이어 신앙에 의지해 이에 따르는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것을 권고했다.
염 추기경은 또 남북문제를 비롯해 우리 사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대화를 꼽고 “대화는 나 자신의 마음을 열고 생각이 다른 이웃을 기꺼이 형제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뜻을 모으며 △남북 사이에 연대의식이 확산하도록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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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 용서와 화해의 힘을 믿고 실천해야 합니다. 조건 없는 용서가 인간의 시각으로는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며 때로는 거부감을 준다 하더라도 모든 분열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형제적 사랑을 이루는 십자가의 무한한 능력을 믿어야 합니다.”
염수정(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은 3월 27일 평화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용서야말로 평화로 이끄는 문”이라며 “남과 북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그러면서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행한 강론을 상기시켰다. 염 추기경은 “당시 교황께서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는 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예수의 명령을 전하셨다”고 일깨웠다.
염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 요원해 보이는 이유에 대해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형제가 아닌 적으로 대치하게 됐고 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어쩌면 과거 상대방이 저지른 잘못을 용서하는 데 인색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북한 문제를 놓고 빚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 갈등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명했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놀라워하는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주제입니다.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두고 두 편으로 나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갈등이 심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교회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남북문제 나아가 남남 갈등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염 추기경이 제시한 것은 ‘진정한 대화’다. 염 추기경은 평화는 대화로 시작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현재의 대립 국면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소리의 저변에는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화해와 평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염 추기경은 화해와 평화를 위한 대화는 남북 간에는 물론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생각을 달리하는 이웃과의 대화는 나 자신의 마음을 열고 그들을 기꺼이 형제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면서 “이러한 마음가짐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교회는 평화를 정의와 사랑 그리고 연대의 열매라고 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화를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의 열매’(이사 32 17 참조)라고 강조합니다.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입니다.”
염 추기경은 “평화는 사랑의 열매로 참되고 지속적인 평화는 사랑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며 “평화는 또한 타인을 착취하는 대신 이웃의 선익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놓는 연대의식을 통해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교회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간의 진정한 평화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전쟁의 참혹한 결과에 마주할 때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쟁이 남긴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진실하고 용기 있는 반성과 참회입니다. 매우 어렵겠지만 교회는 신앙에 의지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것을 권고합니다.”
염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로 △참회와 기도 △비폭력 원칙 확인 △연대 의식 확산 노력을 제시했다.
염 추기경은 “나 스스로 우리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온전하게 지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면서 “부활과 생명 그리고 희망의 징표인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나아갈 때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방한 당시 ‘지속적인 기도’를 요청하셨습니다. 그때 교황님께서 우리를 대신해 바친 기도를 상기하고 싶습니다. ‘주님 저희는 한가족입니다.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하나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형제가 되는 것입니다.’”
염 추기경은 이어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남북 간의 무력 대결과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종교인들부터 의지를 모을 것을 촉구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날의 불행한 사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의 잘못된 행동과 단절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의 뿌리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 역설했다.
“우리 사회와 남북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가족이고 남북은 한 형제라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합니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닌 다양함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확산할 때 우리 사회와 한반도는 평화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특히 남과 북이 연대 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일에 종교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나서길 기대합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