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오랜 내전으로 증오의 역사를 간직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사목 방문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루 일정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방문한 교황은 수도 사라예보 코세보 경기장에서 열린 야외 미사에서 “전쟁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은 미사 참례자들에게 “여러분은 전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얼마나 많은 것을 파괴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에게 전쟁은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쫓겨나고 죄 없는 이들이 죽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평화를 말하면서도 갈등을 조장하며 무기를 팔아 이익을 거두려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 전쟁을 부추기는 이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크게 보면 제3차 세계대전과 같다”면서 보스니아 국민들에게 평화를 이루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평화를 위해선 열정과 인내 경험과 굳건함이 필요하다”면서 “매일매일 친절한 태도와 행동 진정한 형제애 대화와 자비로 평화의 씨를 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예수님께선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지 ‘행복하여라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으셨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10만 명의 사람들이 참례했다. 가톨릭 신자와 정교회 신자 1600명으로 구성된 연합 합창단이 성가를 불러 의미를 더했다. 미사 때 사용한 교황 의자는 무슬림 부자(父子)가 제작했고 제단 옆에 세워진 대형 십자가는 수십 발의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철판으로 만들어졌다.
교황은 종교 지도자 정부 인사 젊은이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평화의 호소를 이어갔다. 교황은 이슬람교 유다교 동방정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함께 져야 한다”면서 “관용과 형제애 용서를 실천하라”고 주문했다. 내전 당시 고문을 당한 성직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교황은 “이 기억을 복수가 아닌 평화를 위한 역사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또 유다교 회당과 가톨릭 성당 이슬람 사원이 공존하는 사라예보를 ‘유럽의 예루살렘’이라고 말하며 “사라예보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젊은이들에겐 형제애를 강조한 교황은 “이슬람과 정교회 가톨릭 신자는 모두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한다”고 역설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붕괴된 직후 극심한 민족ㆍ종교 갈등을 겪으며 1992년부터 3년간 내전으로 10만 명이 사망했다. 인구 380만 명 중 무슬림이 40며 세르비아계 정교회가 30 보스니아계 가톨릭이 10를 차지한다. 내전 중에 악명 높은 인종청소가 자행돼 이슬람 주민 8000여 명이 학살됐다. 현재에도 무슬림 사회와 세르비아계 보스니아계가 불안하게 공존하고 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보스니아 성모 발현지인 ‘메주고리예 성지’에 관해 묻는 기자 질문에 “신앙교리성에서 이 문제를 다뤘고 곧 지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메주고리예는 1981년 6명의 아이들에게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곳으로 알려졌지만 교황청은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