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건축예술의 집합체… 피해 수준은 경미
▲ 세계 최대 고딕성당으로 약 5세기에 걸쳐 건축된 밀라노대성당.
“휴~ 큰일 날뻔했네.”
지난 6월 22일 한국인들에 의해 발생한 이탈리아 밀라노대성당 드론(무인소형비행기) 충돌 사고가 경미한 피해 수준으로 밝혀지자 대성당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는 국내 모 케이블 TV 촬영팀이 불법으로 드론을 띄워 촬영하다 낸 것으로 다행히 드론이 첨탑 근처 성모상을 지탱하는 케이블에 부딪쳐 조명탑 한 개가 부서지는 정도에 그쳤다.
이 대성당을 처음 보는 사람은 하늘을 찌를 듯한 수백 개 첨탑과 화려한 조각 장식물에 압도된다. 성상을 비롯한 각종 조각품이 3300개에 달한다. 광장에서 바라보면 육중한 돌덩이가 대지를 뚫고 나와 하늘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한양여대 고종희(마리아) 교수는 “수백 개의 뾰족한 석탑들이 늘어선 외관은 레이스로 수놓은 것보다 더 정교하다”며 “색유리를 통과한 마치 천상을 재현한 듯한 빛이 내부를 비추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한 도시의 대성당을 ‘집’을 뜻하는 두오모(Duomo)라고 한다. 라틴어로 도무스 데이(Domus Dei) 즉 ‘하느님의 집’이라는 뜻이다.
이 하느님의 집은 1386년 공사를 시작해 19세기 초반에야 오늘날과 같은 외용을 드러냈다. 건축 기간이 세계 최장인 500여 년인 데다 규모 면에서도 유럽의 수많은 고딕 성당들 가운데 최대(내부 길이 158m 너비 93m 높이 60m)이다.
그 옛날 밀라노의 군주 갈레앗쪼 비스콘티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각지에서 최고의 예술가들과 장인들을 불러 공사를 시작했으니 500여 년 유럽 건축술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 두오모는 건축 비례상 폭이 넓어 프랑스나 독일 등에서 흔히 보는 고딕 성당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이 두오모가 이런 외형적 가치만으로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두오모를 심장으로 품고 있는 밀라노는 교회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도시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313년 그리스도교 관용령(밀라노 칙령)을 반포해 피의 박해를 종식시킨 장소가 바로 밀라노다. 서방교회의 4대 교부 중 한 명인 성 암브로시오(339~397년)가 주교로 사목하면서 이단들과 싸우고 로마 황제권을 견제해 교회 위상을 높인 곳도 이곳이다.
밀라노의 심장 두오모 앞에 서면 이 같은 교회사적 의미와 아울러 웅장한 성당을 건축한 당대 신앙인들의 열정이 절로 느껴진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