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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평화-커버스토리] 쉼- 일상의 쉼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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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휴식은 침묵과 고요 중에 완성된다

▲ 휴식은 모든 노동의 완성이며 절정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호젓한 숲길을 걸으며 쉬는 가족의 휴가 풍경이 “휴식은 노동의 완성”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김원철 기자

지난해 10월 가을볕 따갑게 내리쬐는 서울광장 잔디밭에서 해괴한(?) 행사가 열려 사람들 시선을 끌었다.

제1회 멍 때리기 대회. “바빠서 죽겠다”는 말이 인삿말이 된 서울 한복판에서 누가 가장 오랫동안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앉아 있는지를 겨루는 대회였다. 땡볕 아래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참가자들 면면이 웃기기는 했다.

하지만 웃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멈추는 시간이 필요함을 알리고 싶었다”는 주최 측 얘기대로 우리는 숨 가쁜 일상에 ‘쉼표’를 찍을 줄을 모른다. 멈추기는커녕 속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연신 뒤를 돌아보면서 불안해하는 게 현대인들 자화상이다.

현대인들이 생산성과 속도에 중독돼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디지털 혁명 덕에 예전에 하루 꼬박 걸리던 일을 단 몇 초 만에 해치우는 세상이 됐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늘어난 건 아니다. “바빠서 죽겠다”고 호소하는 ‘시간 빈곤층’은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런 중독 때문에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면 불안감을 느낀다. 몇 정거장 가는 지하철 안에서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쉴 새 없이 눈과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에도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하는 삶에 대한 회의와 성찰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근래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류의 인문 서적이 인기를 끄는 데서 알 수 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관구장 신부는 “현대 사회는 무한 경쟁을 재촉하지만 인간은 육체적 심리적으로 한계를 지닌 유한한 존재”라며 “일과 휴식에 대한 성찰이 시작됐다는 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비인간적 사회 구조에 대한 각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과 휴식은 밀접한 관계

일과 휴식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톱니바퀴처럼 물려 있다. 일은 생존과 부양을 위한 기초적 활동이다. 그런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휴식이다. 땀 흘려 일했으면 쉬어야 하고 쉬었다 싶으면 다시 일해야 한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서강일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참된 의미의 휴식은 노동의 중지가 아니라 완성이다. 또 인간이 노동의 완성과 함께 하느님의 휴식에 참여하는 ‘거룩한 시간(Holy day)’이 바로 휴식의 때이다. 이처럼 휴식은 단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회ㆍ문화적 의미만이 아닌 영성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서 신부는 “이런 정신적 영성적 쉼에 바탕을 두지 않는 휴식은 참다운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노동”이라고 덧붙였다.

많이 개선됐다 하더라도 우리의 휴식 문화는 아직 ‘또 다른 노동’에 가깝다. 우선 여름 휴가철이 되면 어김없이 주차장으로 변하는 도로를 통과해야 한다. 또 북새통인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고 경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빛의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밤늦도록 먹고 마시다 보면 이틀 연속 야근을 한 것처럼 몸이 피곤하다. 스트레스를 풀러 가서 더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오는 이런 쉼은 ‘수고’ ‘고생’이란 의미의 노동(labor)이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이호자(마지아) 수녀는 “우리의 영혼은 육신보다 더 많은 쉼이 필요하고 영적 건강은 모든 기쁨의 원천”이라며 “진정한 휴식은 영혼의 휴식”이라고 말했다.

고요 중에 들려오는 목소리

“독서삼매 다음으로 내 휴식 방법은 맑은 유리창 너머 한 가득 채우고 있는 하늘과의 대화이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의 찌꺼기도 흘러가면서 마음이 하늘처럼 넓어지는 것 같다. 끝 간 데 없이 열려 있는 하늘 마음은 예수님 마음을 닮았다. 침묵과 고요 중에 들려오는 영혼의 목소리는 오직 들을 귀가 있는 자에게만 들리는 그분의 목소리다.”

이 수녀는 “바쁜 일상을 떠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며 “내 안에 있는 모든 소음을 멀리하고 텅 빈 마음 안에 그분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침묵과 고요 그 자체가 주님의 은총”이라고 말했다.

헨리 나웬 신부가 말했다. “한적한 곳을 모르는 삶 즉 고요가 함께 하지 않는 삶은 쉽게 파괴된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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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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