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부 지방 정부가 ‘교회의 중국화’를 이유로 성당 종탑 십자가를 철거하는 데 대해 주교와 신부들이 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시아가톨릭뉴스(UCAN)에 따르면 저장성 원저우교구의 주 웨이팡 주교를 비롯한 신부들은최근 발표한 호소 서한에서 “애초 불법 건축물 정리 목적이라며 시작한 당국의 십자가 철거 작업은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13년 말부터 지금까지 저장성 일대에서만 십자가가 약 1200개 철거됐다. 정부 당국은 십자가 철거 논란을 ‘무화과나뭇잎’(fig leaf 전통적으로 회화나 조각에서 나신의 국부를 가리는 데 쓰임)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 5월 통일전선부 회의에 참석해 “교회들은 공산당 통치 아래 중국의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물을 사용하면서 중국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며 ‘중국화’를 처음 언급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타이죠교구의 한 소식통은 “공무원들에게 대체 ‘교회의 중국화’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지만 그들은 자신들도 그 의미는 모르겠고 어쨌든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명백한 교회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성직자들은 서한에서 “(1960년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이후 안정기에 접어든 중국이 십자가 철거 논란으로 또다시 새로운 재앙에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가톨릭 신자들은 침묵만 지키고 있을 게 아니라 종교의 자유와 존엄성 정의를 위해 함께 외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베이성의 양시안타이 주교와 푸젠성의 빈센트 잔 시루 주교도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십자가 철거를 비난하며 교구민들의 기도를 부탁했다.
중국은 종교의 자유는 허용하되 바티칸을 비롯한 외부의 개입은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 또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오늘날까지 종교를 정부 통제 아래 두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직자와 신자들은 십자가 철거라는 명백한 종교 탄압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