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막… 혼인 무효화 과정 간소화·출생률 감소·가정 빈곤 등 다양한 안건 논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정을 주제로 지난해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시노드) 임시총회에 이어 올해 또 정기총회를 소집한 이유는 교회가 현대 사회의 가정 문제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 때문이다.
이번 시노드에 한국 대표 주교로 참가한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는 지난해 임시총회에 다녀온 직후 “세계 여러 대륙의 가정이 당면하고 있는 사목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은 과거에 없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교회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하느님 백성의 현실과 무관하게 유리(遊離)되어 갈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회의장에 흐르는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시노드 교부들은 이번에 혼인과 가정에까지 파고든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어떻게 가정을 파괴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고찰한 후 교회의 사목 방향을 재설정하게 된다. 시노드 회의자료라 할 수 있는 의안집에 올라와 있는 안건 범위는 광범위하다.
시노드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은 “의안집은 △가정과 함께하는 교회 △혼인 무효화 과정의 간소화 △ 불법적 상황에 처한 신자들 통합 △궁극적 회개의 길 마련 △혼종혼과 예식의 불일치에 관한 사목적 문제 △ 책임 있는 출산 △출생률 감소 △입양과 양육 △인간 생명 존중 △미래 세대의 교육에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고리대금의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빈곤 문제까지 안건으로 상정돼 있다.
한 예로 이혼과 재혼(혼인 조당) 문제만 하더라도 시노드 책임 보고관 에르되 추기경은 “단일 해결책이나 양자택일 논리에서 나오는 해결책만을 생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논의 범위를 넓게 내다봤다. 그는 “가정에 관한 복음은 ‘기쁨’이다”며 “이것이 현실 문제와 관계없는 선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선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일 개막 미사 강론에서 드러났듯이 교황의 시노드 목표는 명확하다. 교황은 이날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마르 2 17)는 복음을 인용해 현대 가정의 ‘아픈 부분’을 찾아내 치유할 수 있는 사목적 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가정 사목의 새로운 차원이 필요하다는 강조였다.
교황은 이미 1년 전 시노드 교부들이 어
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알렸다.
“교회는 유리로 된 집 안에서 인류를 내다보며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구분하지 않는다. 적대적 완고함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문장과 법조문에 갇혀서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고수하는 완고함을 경계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상주의적 선행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상처를 먼저 치료하지 않고 거짓 자비를 명분 삼아 그저 싸매어버리면서 그 원인이나 뿌리보다는 증상만을 다루는 게 그것이다.”(2014년 10월 시노드 교부들에게 한 연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이번 시노드는 과거 어느 시노드보다 한결 풍성하고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노드는 3주 동안 ‘경청: 가정의 상황과 도전’ ‘가정 소명의 식별’ ‘오늘날 가정의 사명’이라는 주제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