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대표로 참석한 강우일 주교 (제주교구장)
“세계 각국에서 모인 시노드 대의원들이 실로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자유롭게 제시했습니다. 심지어 ‘선의’에서 나왔다고 판단하기 힘든 발언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황님의 리더십은 다른 의견까지 모두 끌어안고 그 안에서 복음적 희망을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 교회 대표로 이번 주교 시노드에 참석하고 귀국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10월 27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3주간 토론과 발언이 이어졌던 시노드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또 “대의원들은 결혼을 ‘성소’ 즉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으로 받아들이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며 “따라서 교회는 오랜 시간과 정성을 쏟아 사제 성소를 양성하듯이 결혼 성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대표로서 가정생활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발언하거나 토론에 참여하셨습니까.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혼자와 재혼자들 더 나아가 그들의 자녀까지 교회와 멀어져 성사생활에서 배제돼 있는 현실을 얘기하고 그들을 어떤 방법으로든 교회 공동체에 다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교회 규범을 어겨 죄 중에 있다고 해서 영성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성체성사의 정신에 맞는 것인지 신학적으로 다시 검토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회 밖에서도 관심이 높았던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건은 ‘식별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정도로 최종 문헌에 반영됐습니다. 반대 의견이 많았습니까.
“갑론을박이 가장 심했던 사안입니다. 대의원들은 ‘이혼 후 재혼자가 참회와 용서 보속의 과정을 거쳐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상황별로 식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안타깝게도 최종 보고서 작성 단계에서 그 부분이 누락됐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 84 85항을 살펴보면 그 자비와 관용의 정신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아울러 교회는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결혼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동성애 문제를 보고서에서 한 항목으로 채택하지 않고 작게 취급한 것입니다.
-운영과 절차 면에서 이번 시노드의 특징은.
“주교 시노드는 통상적으로 4년에 한 번 열리는데 ‘가정’이라는 동일 주제를 갖고 작년과 올해 연거푸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현대 사회의 가정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see) 복음과 교회 가르침에 비춰 판단하고(judge) 적절한 행동(act)에 나서려면 한 번 회의로는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임시총회에는 대의원이 170명 참석했으나 올해 정기총회에는 대의원만 270여 명 참석했습니다. 전체 회의 발언시간을 줄인 대신 소그룹 토론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견을 개진하도록 한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대의원들은 토요일에도 꼬박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교황님께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대의원들이 항목별로 일일이 전자투표를 해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은 내용만 담겨 있습니다. 최종 보고서는 의결사항이 아닙니다. 교황님께서 그것을 토대로 1년 안에 가정에 관한 사도적 권고를 내려주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대의원들은 교황님이 판단하실 수 있게 하느님 백성의 의견을 모아 전달한 것뿐입니다.”
-앞으로 교회의 가정 사목 기조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이번 시노드에서 확인한 시각의 변화라면 결혼과 가정을 성소 즉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결혼 생활은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을 드러내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부부는 그런 소명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교회는 사제 성소를 준비시키고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습니다. 하지만 결혼 소명을 준비시키는 데는 하루 이틀(혼인강좌와 사제 면담)밖에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시노드 중에 다른 나라 주교님들께 물어봤더니 교회의 결혼 준비 프로그램이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거기에 비교하면 한국 교회는 거의 방치 수준입니다. 사제 생활보다 더 어려운 게 결혼 생활 아닙니까. 교회가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준비 단계에서부터 사목적 도움을 줘야 합니다.”
글=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사진=이힘 기자 lens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