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삭~’ 가위질로 이 세상 한켠에 선한 기운을!
▲ 수원교구 엠마우스에서 이미용봉사를 하고 있는 이경화씨. 엠마우스 제공
중학생 때 두발 단속을 앞두고 친구들 머리카락을 잘라준 소녀가 중년이 돼 20년 가까이 이주노동자들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아 참 대단한 일도 아닌데 재미있고 기뻐서 한 거예요.”
수원교구 이주민센터 엠마우스에서 이ㆍ미용봉사를 하고 있는 이경화(로사리아 56)씨는 처음엔 인터뷰를 거절했다.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이씨는 출근 전 아침 8시 집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내줬다.
이야기는 듣되 기사는 쓰지 말아달라던 이씨는 부끄럽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기사를 통해 봉사 정신이 확산될 수 있다”고 하자 표정이 편안해졌다.
미용 봉사하며 이주민들 마음도 보살펴
“저도 언제 어떤 외로운 상황에 부닥칠지 모르잖아요. 아주 미약한 도움이지만 선량한 기운이 (사회 안에서) 돌고 돌았으면 좋겠어요.”
이씨는 1998년 당시 이주민센터에서 통역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던 막냇동생 소개로 이ㆍ미용봉사를 시작했다. 이씨는 매달 두 차례 이주민센터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면서 이들의 애달픈 삶을 들여다보게 됐다. 국적은 방글라데시부터 필리핀 베트남 중국인 탈북민까지 다양했다. 나라별로 이주민들의 머릿결 특성까지도 알게 됐다.
“베트남 사람들은 대체로 머릿결이 곱고 필리핀 사람들은 곱슬머리가 많아요. 흑인들은 머리카락이 억세서 이발기로 밀면 이발기가 망가집니다.”
이씨는 이ㆍ미용봉사가 필요한 곳이라면 가위를 들고 어디든 찾아갔다. 어린이집에서 장난기 넘치는 아이들 머리도 잘라줬고 복지시설에 찾아가 장애인들 머리도 손질해줬다. 또 수녀회에 갓 입회한 수련생들의 머리도 다듬어줬다.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중국인 수련생이 있었는데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서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수련생 담당 수녀님이 타이르고 달래는데…. (웃음)”
이씨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 물려받은 손재주로 봉사하다가 제대로 배워야겠다 싶어 미용학원에 등록해 자격증을 땄다.
많은 평신도들이 봉사의 기쁨 느끼길
오랫동안 이주민들을 만나온 이씨는 가족처럼 지냈던 방글라데시 노총각을 잊지 못한다. “한국에서 일하다 손이 잘린 친구였는데 가슴이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요. 한국에 불법 입국해 지내다가 외국인 보호소에 감금돼 면회를 갔는데 창살 너머로 손을 놓칠 않는 거예요.”
이씨는 “봉사 활동은 평범한 일상이 됐다”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이 세상을 떠날 때 빈손이지요. 살면서 향기는 못 풍겨도 구린내는 풍기지 말자는 게 제 신조예요. 그러려면 나누고 살아야지요.”
자녀에게도 ‘물질을 좇지 말고 가치를 좇아 살라’고 조언한다는 이씨는 “봉사를 하면 누군가와 함께 기뻐할 일이 생긴다”며 “더 많은 평신도가 봉사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