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케냐·우간다·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순방… 공존과 화해의 씨앗 뿌려
▲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내전 지역이라 테러 위험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형 트럭 적재함에 올라 이동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기(CAR)=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난과 폭력으로 얼룩진 아프리카 대륙에 공존과 화해의 씨앗을 뿌렸다.
11월 25일부터 아프리카 3개국 사목 순방에 나선 교황은 11월 30일 마지막 방문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의 수도 방기에 있는 코우도코우 이슬람 모스크를 방문해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은 형제요 자매”라며 “우리는 증오와 복수를 거부하고 종교와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에 항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R은 정치 세력 간의 반목과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는 국가로 2년 전 내전이 다시 격화돼 수천 명이 숨지고 난민이 대량 발생했다. 무력 충돌은 이슬람 반군과 그리스도교 민병대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으나 두 세력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종교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상황이다. 교황도 이날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최근 여러분의 나라를 뒤흔든 폭력 사태의 원인이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R은 유럽 정보 당국이 테러 가능성 때문에 방문 취소를 건의했을 정도로 위험한 곳임에도 교황은 “평화의 순례자요 희망의 사도로서 이 땅에 왔다”고 도착 인사를 한 후 ‘안전도 제로(0)’인 소형 트럭 적재함에 올라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자비의 특별 희년 개막일은 8일이지만 11월 29일 방기 주교좌대성당 자비의 문을 여는 예식을 거행하고 CAR의 희년을 앞당겨 선포했다.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는 “가난과 전쟁으로 수년째 고통받고 있는 CAR은 하느님 자비와 용서에 더 목말라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교황은 케냐ㆍ우간다ㆍCAR 순방 6일 동안 빈민가와 아동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가난한 이들을 위로했다. 젊은이들과 만날 때는 준비한 강연 원고를 접어두고 문답식 즉석연설로 대화하면서 그들의 신앙을 북돋웠다.
O…‘아프리카의 진주’이자 ‘순교자의 땅’으로 불리는 우간다에서는 신앙 선조들이 흘린 순교의 피를 잊지 말고 용기를 내어 복음을 증언하라고 촉구했다.
11월 28일 사제와 평신도들과 만나 “순교자의 피를 표면적으로 기억하거나 과거의 영광으로만 여기는 것은 유산을 박물관에 넣어 두는 것과 같다”며 “사제들은 사제가 부족한 지역으로 가서 순교 정신으로 복음을 증거하라”고 재촉했다. 교황은 이날 “준비한 연설문은 나중에 읽어보라”고 말하고 문답식 대화를 통해 기억 충실성 기도 등 3가지 주제를 과제처럼 제시했다. 교황은 “(순교의 피를) 기억하는 데 있어 망각보다 더 큰 적은 익숙해져 버리는 것”이라며 “늘 새롭게 기억하면서 복음에 충실하려면 자신의 죄를 털어놓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간다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순교 성인 22명이 탄생한 나라다. 1880년대 중반 박해시대에 영국 국교회 사제들을 포함해 많은 서양 선교사와 신자들이 배교를 거부하다 목숨을 잃었다. 또 아프리카에서 처음 원주민 사제와 주교를 배출했을 정도로 가톨릭 전통과 교세가 강하다.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삶이 힘들 때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그 벽을 헐고 길을 내주는 분이 예수님이란 걸 잊지 마라”며 “삶을 바꿔주는 마법은 오직 예수님이고 마법의 언어는 기도”라고 격려했다.
O…25일 첫 방문국 케냐에 도착해서는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 있는 칸게미 빈민촌으로 달려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한편 사회 지도층을 향해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촉구했다. 나이로비는 인구의 60에 달하는 빈민이 도시 면적의 6에 밀집해 있어 그 어느 도시보다 빈민 문제가 심각하다.
교황은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소수의 이기심 때문에 다수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가난한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범죄와 폭력을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빈민촌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식수 문제를 안타까워하며 “제 삶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빈민촌 형제자매들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내 집에 머무는 것처럼 편하게 느껴진다”며 연대감을 표시했다. 젊은이들에게는 “부정부패는 바티칸을 포함해 세상 모든 곳에 있다”며 “순간적으로는 달콤하지만 결국엔 파멸로 몰아넣는 부패와 싸워나가라”고 독려했다.
교황은 케냐 체류 2박 3일 동안 빈민촌 자활작업장 여성들이 만들어준 제의를 번갈아 입고 주요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