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기/ 이정주 신부(주교회의 홍보국장)
▲ 평양 을밀대에서.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필자 이정주 신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주교님들의 방북(12월 1일~4일)이 무사히 잘 마무리됐다. 사제들과 주교님들의 개별적 방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주교님들 여러 명이 주교회의 차원에서 함께 방북하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평양 거리는 약 250km로 광주보다 가깝다. 그러나 첫날 북경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가 두 시간 늦어지는 바람에 우리는 집을 나선 지 거의 12시간이 돼서야 평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선카톨릭교협회 관계자들과 장충성당 신자들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 덕분에 입국 절차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맡겨야 할 거라는 소문과는 달리 휴대가 허락돼 휴대폰 카메라로 이곳저곳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둘째 날부터 이어진 일정은 주로 평양 시내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북한 신자들은 번화한 평양 거리와 다양한 사회복지시설을 보여주었다. 거리에는 20~30층 이상의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양로원과 유아원(유치원) 애육원(유아원) 등의 사회복지시설은 현대식으로 잘 지어져 있었다. 대부분 2012년 이후에 들어선 시설이라고 하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드레스 입은 성가대원이 반겨줘
우리의 주요 목적지인 장충성당은 셋째 날 방문했다. 멋진 드레스를 입은 성가대원들이 성당 마당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6명 정도에 불과한 성가대였지만 실력은 꽤 괜찮아서 주교님들의 미사 때 불리는 ‘보아라 우리의 대사제’ 성가도 불렀고 미사 진행을 잘 도와주었다. 신자들은 70~80명 정도 참례했는데 기도문이나 성가를 잘 따라오는 것으로 미뤄 예절과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김희중 대주교님께서는 강론을 통해 그분들에게 신앙의 기본교리를 설명해주시고 그날이 선교의 수호자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축일인 터라 먼저 자신의 삶이 복음화돼야 다른 이들에게 신앙의 좋은 표양을 보여줄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미사 중에 주교회의 김준철 사무처장 신부님께서 ‘한반도 평화의 모후’ 성화를 장충성당 김철웅 프란치스코 회장에게 전달했다. 몇 년 전 한국 사제단이 선물한 프란치스코 교황님 사진이 제의실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무척 기뻤다. 성모자 이콘도 남북 천주교 교류의 상징으로 잘 보관되기를 바란다.
그날 오후에는 조선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대 부위원장의 초대를 받아 만수대 의사당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김 부위원장은 문규현 신부님 이후로 남한 가톨릭 교회가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곧 있을 남북 당국자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과의 만남은 방북단에 최대한 예우를 갖춘다고 마련해준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양측 합의 사항 잘 실현되길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표정이 여유로워 보였다. 미소를 잃지 않고 농담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종업원들 모습에서 세련미도 엿볼 수 있었다.
주교님들과 북한 천주교 관계자들은 이번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고 생각한다. 양측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한 장충성당 보수 작업 그리고 적어도 대축일 때만이라도 남한에서 사제를 파견하는 일 등이 잘 실현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