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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랑평화의 집 성탄 앞두고 서울 용산역 노숙인촌 찾아

▲ 20일 예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서울 용산역 뒤편 노숙인촌을 찾은 허근 신부가 노숙인과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힘 기자

“여러분 같이 식사합시다! 추운데 얼른 오세요.”

20일 늦은 오후 서울 용산역 뒤편 공터 노숙인촌. 예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이곳을 찾은 허근(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와 가톨릭사랑평화의 집 관계자들이 도시락과 생필품을 양손 가득 들고 인사를 건넸다. 아무렇게나 쌓아올려 만든 종이상자와 허름한 텐트 안에서 노숙인 20여 명이 쭈뼛쭈뼛 고개부터 내밀며 모여들었다. 무심한 표정 속에 반가움이 드러났다.

겨울 필수품 한아름 선물로

“모두가 신자는 아니지만 예수님 탄생하신 좋은 날을 맞았으니까 선물을 전해드리고 함께하고자 온 거예요!”

허 신부의 방문 취지 설명이 끝나자 선물이 전달됐다. 이불 양말 내복 등 밖에서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품과 함께 먹을 고기반찬이 섞인 도시락이 노숙인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이내 차가운 맨바닥과 벤치에 ‘밥상’이 차려졌다. 박스를 돗자리 삼은 사제와 노숙인들은 식사와 대화로 하나가 됐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식사하는 이도 있고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건강은 어떠세요?”(허 신부)

“괜찮습니다.”(노숙인)

“오늘 양말을 넉넉히 못 갖고 왔어요. 미안해요. 담에 꼭 더 챙겨올게요.”(허 신부)

“어휴 아닙니다. 이렇게 찾아주신 것만으로도….”

용산역 뒤편 노숙인촌은 10여 년 전에 조성됐다. 전에는 노숙인 무료 급식이 이뤄지던 이곳에 30여 명이 박스 등을 주워다 작은 촌락을 형성한 것이다. 지난 8월 이곳을 다룬 한 언론 기사를 접한 허 신부가 직원들에게 “한번 가 보자”고 했고 9월부터 격주 수요일마다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넉 달간 꾸준히 교류해온 셈이다.

쪽방촌 150가정과 노숙인 돌봐

이곳 노숙인들도 대부분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노동자였다. 유일하게 휴대전화가 있어 연락을 맡고 있는 이찬수(56)씨는 한때 대기업의 하청업체를 다녔다. 빚을 수억 원 떠안게 되면서 3~4년 전쯤 이곳에 왔다. 섀시회사 기술자로 일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족과 연락을 두절한 채 사는 황아무개(48)씨 등 이곳 노숙인들은 길게는 10년째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거나 무료급식소 등을 전전하고 있다. 그런데 조만간 도시 개발로 이곳이 철거 위기에 놓여 이들은 걱정이다. 노숙인들은 “제발 이번 겨울만이라도 이곳에서 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구 단중독사목위는 올해 초부터 운영 중인 ‘가톨릭 사랑평화의 집’을 통해 이곳 노숙인과 서울역 쪽방촌 가정에 도시락과 생필품을 전달해오고 있다. 가톨릭사랑평화의 집은 개소 1년 만에 쪽방촌 150가정과 이곳 노숙인 30여 명을 돌보는 ‘찾아가는 나눔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이날 노숙인촌에는 가톨릭 사랑평화의 집 운영위원회 권혁노(프란치스코)ㆍ임만택(제노) 회장과 직원 10여 명이 함께했다.

허근 신부는 “방문 때마다 직원들이 노숙인 일자리 문제 취업 문제 등을 상담해주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 후 돌아가려는데 노숙인들이 사과즙 팩을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나눔은 결코 한 방향이 아니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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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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