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가정 식별 … 자비의 희년 선포
▲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계 각국의 대의원들이 10월 24일 ‘가정’ 주제 시노드 최종 회의를 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을 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뒤로 자비의 특별 희년 대형 로고가 보인다. 【CNS 자료사진】
2015년 보편 교회의 3대 키워드는 ‘가정’ ‘하느님의 자비’ ‘가난’이다. 하나를 더 꼽자면 ‘생태 환경’을 들 수 있겠다.
율법의 잣대를 내려놓고 하느님 시선으로
10월 4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주교 시노드는 교회가 2년간에 걸쳐 현대 사회의 가정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식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황의 거듭된 당부에 따라 166명에 달하는 지역 교회 대표들은 엄격한 율법의 잣대를 내려놓고 이혼 재혼 출산 등 복잡한 가정 문제를 식별하고 사목적 대안을 강구했다. 회의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가정의 현실과 이를 바라보는 교회 시선 사이의 틈새가 너무 크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이혼 후 재혼(사회혼)자 미혼모 동성애 등 ‘상처 난 가정’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인 시노드 최종 보고서를 기초로 가정 사목 방향을 제시할 교황의 사도적 권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자비의 재발견
세계 교회는 교황 발표에 따라 3월부터 자비의 특별 희년을 준비하고 8일 희년을 맞이했다. 하느님의 속성 가운데 ‘사랑’과 ‘정의’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이다. 하느님의 고유한 본질은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다. 자비는 복음의 뛰는 심장이다”는 교황의 열변(칙서 「자비의 얼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희년 개막일부터 적용 시행된 교회 법원의 혼인 무효 선언 소송 절차 간소화 조치도 희년 정신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가난한 교회 겸손한 사제
세계 교회는 올해 가난과 겸손 희생 등 복음 정신을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한 해를 보냈다. 예년과 비교하면 ‘성찰에서 행동으로’라는 목소리가 높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추세가 뚜렷하게 감지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신앙적 활기를 잃은 유럽 교회도 올해 난민 보호 기후 변화 생명 등의 영역에서 구체적 실천을 강화했다. 이 또한 교황의 실천 의지를 무시할 수 없다. 교황은 강론 알현 강연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고 있다. 성직자들에게 가난과 겸손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추상같다.
6월에 반포된 교황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가 인간들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며 생태적 회개를 호소한 이 회칙은 환경을 넘어서 생태계 전체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교황청 문서 유출로 인해 촉발된 소위 ‘바티리크스’ 파동은 가톨릭 교회에 약간의 흠집을 냈다. 다행히 교황과 교황청이 즉각 재정 투명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 사태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교황청은 세계적 수준의 외부 회계법인에 재무제표 감사를 의뢰하는 등 낡은 틀과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슬람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에 대한 차별과 테러 행위가 올해도 계속됐다. 파키스탄의 삼손 슈카딘 주교는 “소수 종교 신자들이 정부의 인권보호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파키스탄 내 소수 종교에게 올해는 ‘고난의 해’였다”고 밝혔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도 많은 그리스도인이 극단주의자들의 살해 위협을 피해 난민 행렬에 끼어야 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