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활시설 나눔의 집 방문
새해 ▲ 유흥식 주교가 1일 위안부 할머니 생활시설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할머니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옥선·김군자·박옥선 할머니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 유흥식 주교가 1일 위안부 할머니 생활시설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이힘 기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대전교구장) 주교가 경기 광주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한 1일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지쳐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ㆍ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12월 28일부터 수많은 기자와 정치인들이 할머니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5일 내내 많은 이들을 상대하고 “합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똑같은 질문에 계속 답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아흔 안팎인 할머니들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1일에도 오전에는 정의당 국회의원들 유 주교 방문 직전에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기자 십수 명과 함께 다녀갔다. 유 주교가 방문했을 때 할머니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고기와 과일 소보로빵 등 새해 선물을 한아름 들고 나눔의 집에 들어선 유 주교는 할머니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살갑게 인사했다. 또 새해 첫날을 맞아 세배하고 세뱃돈도 챙겨드렸다. 수십 번은 들었을 법한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천주교 신자인 김군자(요안나 90)ㆍ이옥선(안나 89) 할머니에게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문하셨을 때 솔뫼성지에서 직접 축복하신 것”이라며 묵주를 선물했다. 동행한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김유정 신부는 김군자 할머니의 팔에 묵주를 걸어줬다. 굳은 표정이었던 김 할머니는 “신부님이 걸어주시니까 더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전에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렸던 박옥선(91) 할머니는 김유정 신부의 손을 꼭 잡고 내내 미소를 지었다.
유흥식 주교는 “위안부 합의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속이 많이 상했는데 할머니들은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과거의 문제를 감추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할머니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할머니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군자ㆍ이옥선 할머니는 신앙상담을 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예전에는 기도하면 광(빛)이 보였는데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다. 캄캄하다”며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이상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유 주교는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고 위하면서 기도를 바쳐보라”며 “‘예수님 성모님 제게 오세요’라는 말을 되풀이하면 빛이신 예수님이 할머니께 오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젊은 시절 성당에 다니고 싶었는데 ‘위안부 간판’ 때문에 세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또 “어디에 있으나 성당을 꼭 다녔었는데 요즘은 성당을 나가지 못해 죄스럽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예수님과 성모님을 모시고 열심히 기도하면 그곳이 곧 성전”이라며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셔도 된다”고 안심시켜줬다.
이날 만남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김군자 할머니는 “내 방을 구경하고 가시라”며 유 주교의 손을 방으로 이끌기도 했다. 유 주교는 두 할머니의 방에 들어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성모님 품에 할머니를 맡깁니다”하고 축복기도를 바쳤다.
유 주교는 “제대로 (사과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하늘나라로 가셔야 하니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라”고 당부하며 첫 나눔의 집 방문을 마쳤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새해 첫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활시설 ‘나눔의 집’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