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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기획] 가난보다 슬픈 건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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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서 홀로 힘겹게 살아가는 신신부씨 유일한 말벗은 성모 마리아

▲ 쪽방촌 주민 신신부씨가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신씨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신앙에서 위로받는다고 했다. 백슬기 기자

회개하기 좋은 때 사순 시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순 담화에서 “자비의 활동을 실천하여 우리의 실존적 소외를 극복하기 좋은 때”라고 했다. 그래서 사회의 가장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을 열어 자비의 육체적 영적 활동을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의 관심과 자비가 필요한 소외된 이웃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교회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본지는 프란치스코 교황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과 사순 담화 내용을 중심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자 사순 시기 특집 ‘주님 어서 저를 도우소서’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1.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빈민들 2. 소외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 3.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 4. 헐벗고 배고픈 노숙자들 5. 병들고 버려진 장애아들

서울 남대문경찰서 뒷골목 쪽방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여러 방 중 작은 방 하나가 신신부(안드레아 73)씨가 사는 곳이었다. 방은 어른이 겨우 누울 만한 크기였다. 방 한구석엔 봉사 단체에서 나눠 준 음식들과 생활용품이 뒤섞여 있었고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성모 마리아상과 묵주도 있었다.

“고아원에서 자라 젊은 시절 방황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15년 전쯤 새롭게 살아보려고 성당에서 세례도 받고 봉사도 열심히 했죠. 그런데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그 사이 지인에게 사기까지 당하면서 완전히 빈털터리가 돼 버리고 말았죠.”

집을 잃고 길거리를 전전하던 신씨는 2012년 겨울 쪽방촌에 방을 얻었다. 고용해 주는 곳이 없어 일은 할 수 없었다. 이후 가톨릭 단체나 개신교회 등에서 후원해 주는 도시락과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왔지만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혼자 방에 누워 있으면 너무 쓸쓸해요. TV나 라디오를 틀어 놔도 눈ㆍ귀에 들어오지도 않고요. 그때마다 저 양반(성모 마리아상) 보고 기도하고 이야기하면서 ‘죄를 많이 지은 내 탓’이라고 가슴 치며 많이 울어요.”

이런 신씨가 기다리는 날이 있다. 셋째 주 토요일 쪽방촌 근처 가톨릭 공동체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다. 신씨는 때마다 이곳을 찾아 고해성사를 보고 성체를 모신다.

“한 달에 한 번뿐이라는 게 정말 아쉽죠. 명동성당에 가보고 싶었는데 망신당할까 두려워서 포기했어요. ‘신부님께서 이곳으로 와주시면 어떨까’란 생각도 해봤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어요.”

신씨는 평화방송 TV ‘매일 미사’를 시청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이런 신씨의 사정을 알게 된 수녀가 가끔 찾아와 말동무가 돼 주기도 하지만 수녀가 가고 나면 허전함은 더 크게 남는다.

“수녀님이 와서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가요. 오늘도 기자님이 와서 이렇게 대화하니까 너무 즐거워. 그냥 사람이 오는 게 좋아요. 근데 슬픈 건 다시 혼자가 되면 너무 외롭고 허전해진다는 거예요.”

가끔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보라는 기자의 제안에 신씨는 “돈 때문에 다시 나쁜 마음이 생길까 봐 나가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겐 아무런 희망도 없어요. 이 나이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뭔 낙이 있겠어요. 정말 하늘나라가 있는지 그게 궁금할 따름이에요.”

백슬기 기자 jda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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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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