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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치아파스의 ‘착한 목자’ 카사스 주교와 루이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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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당에서 손에 성수를 찍는 치파아스주 원주민들. 【치아파스(멕시코)=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방문한 멕시코 최남단 치아파스주(州)는 원주민 인디오들의 가난과 질곡의 역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변두리다.

1994년 미국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경제적 불평등에 맞서 인디오 농민들이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을 조직해 무장봉기한 곳이 치아파스다. 당시 그들은 “우리는 지난 500년간 투쟁의 결실”이라고 선언했는데 이 선언은 인디오들의 마음속에 별처럼 떠 있는 두 목자와 깊은 연관이 있다.

먼저 16세기 스페인 정복 시대에 인디오들의 인권을 위해 투쟁한 치아파스의 초대 교구장 바르톨로메오 데 라스 카사스(1474~1566) 주교다. 다른 한 명은 치아파스 원주민들의 삶으로 들어가 살아있는 교회를 건설하다 2011년 86세를 일기로 선종한 사무엘 루이즈 주교다. 교황은 이날 그의 묘소 앞에서 기도한 후 ‘사무엘의 유산’에 경의를 표했다.

▶인디오들의 보호자 카사스 주교

도미니코 수도회 카사스 신부는 라틴아메리카에 복음을 전하러 가서 큰 충격을 받았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원주민들을 마구 착취하고 죽였기 때문이다. 정복자들 눈에 원주민은 말은 할 줄 알지만 영혼은 없는 노동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인디오들은 사람이 아닙니까? 당신들이 도대체 무슨 권리로 이들을 노예로 잡아둡니까?”라며 울분을 토했다. 스페인 왕실과 서인도위원회에도 수차례 탄원서를 보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인문주의자 세풀베다를 중심으로 한 노예주의 신학 옹호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마침내 법학자와 신학자들이 세풀베다와 카사스 신부를 불러 입장을 개진토록 했다. 정복주의자들의 논리인 노예주의 신학과 하느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원주민 보호 신학이 격돌한 게 그 유명한 바야돌리도 대논쟁이다.

카사스 신부는 △비그리스도인은 곧 야만인이란 주장은 조잡하다 △그들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이성을 갖고 있다 △비그리스도인도 억압과 강제 노역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 △우상숭배와 인신공양 풍습은 무력이 아닌 교육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스페인 왕정은 원주민 노예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신법(新法)을 반포했다. 그의 이념과 활동은 한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평등주의에 기초한 근대적 인간관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치아파스 초대 교구장 주교가 됐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꿈꾼 루이즈 주교

1959년 주교품을 받은 루이즈 주교를 맞이한 인디오들은 학교라고는 근처에도 가 본 적 없고 커피농장에서 죽도록 일해도 일당은 쥐꼬리만큼 받는 말 그대로 무지렁이였다. 시내에서 인도로 올라서는 게 금지됐을 정도로 극심한 차별에 시달렸다.

루이즈 주교는 그들을 구제할 방법은 계몽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도 닿지 않는 고지대 마을을 찾아다니며 글과 인권 사회정의를 가르쳤다. 시청과 본당 등 어딜 가서든 그들의 권리 증진을 호소했다.

특히 그들을 교리교사와 종신부제 등 평신도 지도자로 양성하는 데 주력했다. “인디오는 성당 문 앞에 도착해 세례받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자조하던 그들 내부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주교님’보다는 ‘사무엘 선생’ 또는 ‘아버지’로 더 많이 불렸다. 그러는 사이 그의 사목 정신은 신앙과 마르크시즘의 혼합물이라는 비판이 교회 안팎에서 쏟아졌다. 때문에 바티칸에 여러 번 해명서를 보내야 했다. “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문헌을 따르고 있다.”

그는 1974년 원주민 대표자 회의를 조직했는데 이는 스페인 정복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 자생한 최초의 원주민 풀뿌리 결사체였다. 그러나 이 결사체 활동이 사파티스타 반정부 투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무장 투쟁을 반대했지만 그가 양성한 교리교사와 종신부제들이 대거 반군 지휘부에 들어가 검은 복면을 쓰고 총을 들었다.

그가 중재자로 뛰어들었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였다. 설득과 불면의 밤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이었다. 1996년 반군과 정부는 극한 대치를 풀었지만 이듬해 무장 괴한들이 좌파 성향의 가톨릭 공동체를 습격해 45명을 학살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그 장례 미사는 루이즈 주교에게 가장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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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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