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강대강(强對强) 대결로 치달으며 한민족의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진 가운데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 회복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길 요청하고 나섰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와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3월 6일 오후 4시 경기도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호소문은 남북 대결이 정점에 이른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한국교회가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다.
개성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의정부교구 민화위(위원장 강주석 신부)와 정평위(위원장 상지종 신부)가 공동주관하고 이기헌 주교 주례 유흥식 주교와 의정부교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주교회의 민화위 총무 이은형 신부가 미사 중 낭독한 호소문에서 주교회의 민화위와 정평위는 “남북 간 적대적 대응과 대규모 군사훈련 등은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고 남북 간 첨예한 갈등과 대립은 사드 배치 논란에서 보듯 신 냉전 상황과도 밀접히 연계된 문제임을 확인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호소문은 우선 남과 북의 당국자들에게 끝을 모르고 치닫는 대결 국면을 멈추고 평화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며 최고의 안보는 항구적인 평화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조속한 시일 내에 6자 회담을 개최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동북아 평화 안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진행하길 희망했다.
우리 국민과 신앙인들에게는 소모적 이념 논쟁을 뒤로 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속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진실과 정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평화의 길을 함께 찾아 나서자고 당부했다. 끝으로 인도적 차원의 남북 교류와 협력은 신앙인이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의무인 점을 상기하면서 기도로써 주님의 자비에 힘입어 함께 연대하고 행동할 것을 권고했다.
이기헌 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을 통해 “한국교회는 지난해 분단 70주년을 평화의 원년으로 삼기로 다짐했고 첫 주교단 방북에서 북한에 정기적 사제 파견을 논의하는 등 희망적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해가 바뀌고 짙은 분쟁의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오가 이성을 압도하는 순간에도 평화를 사랑한다면 상대방과의 대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며 “우리 교회는 대화와 용서와 인내의 가치를 기억하고 용감한 비폭력 수단으로 현 상황을 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흥식 주교는 인사말에서 “요즘 남북 대치 상황을 생각하면 절망스럽고 답답한 심정”이라면서 “인간적으로는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우리가 평화의 도구가 된다면 하느님과 성모님이 평화를 이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