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남북한 간 격차 줄일 교류 활성화가 최우선” 강조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 앞서 14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열린 주교 연수에서 “남북이 활발한 교류 협력으로 사회ㆍ문화ㆍ경제적으로 하나가 될 때 정치적 통일도 가능하다”며 남북 교류 활성화를 역설했다.
정 상임대표는 ‘한반도 현안 문제와 남북 관계 전망’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통일은 제대로 하면 대박이지만 잘못하면 쪽박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다음은 강의 요약.
통일은 대박이다. 통일이 되면 남북 경제 활성화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GDP(국내총생산)는 급격하게 상승한다. 통일 한국은 G-7 G-6 반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에 드는 비용보다 통일 후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통일 비용(통일 후 투자비용)은 10년간 GDP의 6∼6.9가 필요하다. 반면 분단 비용(통일 전 지출비용)은 10년간 GDP의 4∼4.3가 필요하다. 따라서 순수 통일 비용은 GDP의 2∼2.6에 불과하다. 남한 GDP의 2∼2.6는 300∼390억 달러 규모다. 이는 올해 국가 예산의 10분의 1 국방비 388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남북한 격차가 18대 1인 상황
통일이 되면 10년간 연 11.25의 경제 성장이 가능해진다. 순수 통일 비용(GDP의 2∼2.6)을 제하더라도 10년간 9∼8.65의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북한이 붕괴해도 통일은 대박인가? 현재 남북한 1인당 소득 차이가 18대 1인 상황에서 북한이 붕괴하면 통일은 쪽박이다.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남북 격차가 최소 2∼3 대 1로는 줄어야 통일 대박이 가능해진다. 북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사전에 도와주면 통일 후 투자 비용은 더욱 줄어든다.
통일 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통일 대박을 이룬 나라가 독일이다. 서독은 통일 전 20년간 동독에 연평균 29억 달러(총 580억 달러)의 현금과 물자를 지원했다. 지원은 동서독의 민심을 연결했고 연결된 민심은 통일의 구심력을 강화하면서 마침내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켰다. 서독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었어도 동독에 대한 지원은 변함이 없었다.
통일 독일은 통일 대박을 누리는 중이다. 유럽 최강의 경제 대국이 됐고 유럽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됐다. 통일 이후 독일의 위상은 통일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다.
북한의 붕괴 기다려서 통일하면 안 돼
결론적으로 통일 대박을 누리고 싶으면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기보다 서독식 통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남북 교류 협력으로 남북 민심을 연결할 때 통일 구심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남북 경제 협력과 대북 지원을 퍼주기로 생각하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남한이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북한을 지원한 돈은 총 30억(정부 22억 + 민간 8억) 달러다. 서독이 동독에 일 년간 지원한 금액(29억 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는 통일이 어렵다.
남정률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