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톨릭 지성들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는 공약 ‘부적격’ 판정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지성 30여 명이 한목소리로 ‘트럼프 반대’를 외쳤다.
로버트 조지(프린스턴대 법학) 교수와 조지 웨이젤(윤리와 공공정책센터) 선임 연구원 등은 최근 가톨릭 신자들에게 서한 형식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그의 공약과 선거 운동은 교회 가르침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치를 저속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트럼프는 미 대통령으로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반 트럼프’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 성명이 미 국민의 23(약 7000만 명)를 차지하는 가톨릭 표심(票心)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은 “트럼프는 테러 혐의자에 대한 고문과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을 주장하며 인종적 편견을 자극하는데 이는 가톨릭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그의 선거 구호와 과거 행적에서 그를 신뢰할 만한 여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의 발언과 공약을 생명의 권리 종교와 양심의 자유 결혼문화 재건 그리고 헌법상 정부 역할 분야로 나눠 점검한 후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들은 “생명의 권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인간의 가장 근본적 권리’라고 천명했듯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낙태와 안락사를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불법 체류자 1100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후보 발언은 관대한 포괄적 이주민 정책을 촉구하는 주교들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고 말했다. 여성 이주민 소수인종 그리고 교황을 얕잡아 보는 그의 언행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이들은 “교회 가르침은 어느 당과 후보를 찍으라고 말하지 않지만 선택에 필요한 가이드 라인은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자신의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하지만 그 양심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며 “따라서 가톨릭 신자는 교회 가르침에 따라 양심을 함양하는 데 노력하라”고 호소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