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 대표단 상호 방문 사실 이례적 공개… 대화 전반에 중요한 진전 관측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가 중국과 바티칸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낙관적으로 전망해 관심을 끈다.
글로벌 타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진핑 주석 체제에서 해빙의 희망 높아져’라는 제목의 최근 보도에서 지난해 10월 교황청 대표단이 베이징을 지난 1월에는 중국 대표단이 바티칸을 각각 방문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어 “수십 년간 얼어붙어 있던 양국 관계에 느리지만 중요한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며 “주교 임명권을 포함한 일부 사안에 견해차가 있지만 대화 전반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이 공산당의 정책 가이드 라인을 해외에 알리는 주요 창구다. 이 매체가 바티칸과의 해빙 기류를 상세히 보도한 것은 협상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 국내외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보도에 의하면 전 미국 워싱턴대교구장 테오도르 맥카릭(85) 추기경이 중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교회에 관심이 지대한 그는 지난달 방문을 포함해 1990년대부터 8번이나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뤼 궈펭 연구원은 그가 지난달에 바티칸 메시지를 들고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또 “바티칸은 대만과의 관계보다 가톨릭 신앙과 조직의 핵심인 주교 임명권을 더 중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어느 나라와 수교 협상을 벌이던 대만과의 외교 단절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바티칸도 결국 이 조건에 응하게 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맥카릭 추기경은 “그건 늘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주교 임명권 문제는 결국 베트남 모델과는 또 다른 ‘중국식 모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매체는 전망했다. 공산 국가 베트남에서는 바티칸과 정부 당국이 함께 후보군(群)을 좁힌 후 정부가 먼저 승인하면 교황이 이를 최종 승인하는 방식으로 주교를 선출한다. 하지만 중국은 “교황이 반대하면 후보 명단을 마냥 제출하란 말이냐”며 이 방식마저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카릭 추기경은 가톨릭 교계제도 특성을 계속 중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
“교회는 교계제도에 충실해야 한다. ‘가톨릭이 되려고 하지만 교황이 개입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중국 정부)는 너희 집(중국 교회)이 잘돼서 좋은 일을 많이 하길 바라지만 너희 아버지(교황)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돼!’라고 얘기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인민대학 유럽연구센터의 프란체스코 시치 연구원은 중국의 실용성과 소프트 파워 전략에 초점을 맞춰 양국 관계를 전망했다.
“중국은 ‘소프트 슈퍼파워’(soft super power 바티칸)의 지도자를 만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교황은 중국의 급성장에 대한 세계인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중국 관리들은 지난해 미국에서 그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교황은 거기서 록스타 대우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교황과 시진핑 주석의 방미 일정이 공교롭게 겹치자 서방 세계는 ‘소프트 파워 대결’이라며 누가 더 세간의 관심을 끄는지 지켜봤다. 시치 연구원 말대로 교황은 가는 곳마다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다. 시 주석이 극명하게 대비될 정도로 관심을 못 끌자 ‘교황 방문의 최대 피해자는 시진핑’이라고 말한 언론도 있었다.
맥카릭 추기경은 “빈민 노인 생태 환경 등 중국이 걱정하는 것을 교황도 똑같이 걱정한다”며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국제 사회에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달 중국 설날인 춘제를 앞두고 중국 문화에 경의를 표하면서 중국 국민과 시 주석에게 새해 인사를 전한 바 있다. 얼마 전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내에서도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