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기총회 결과 해설] 생태환경위원회도 신설
▲ 한국 주교단이 2016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힘 기자
2016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비핵화와 대화 그리고 인도적 지원을 교회 민족화해 운동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6년과 2007년 교황청 주재 신임 일본대사와 한국대사를 각각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화와 협상이라는 평화로운 수단으로 해결책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또 2007년 12월 사도좌 정기 방문(앗 리미나) 중인 한국 주교단에게는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한국 교회의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주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강조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주교단은 두 위원회가 발표한 호소문에 공감하면서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 교회의 민족화해 운동은 이러한 3대 원칙의 정신 안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환경소위원회를 격상시킨 생태환경위원회 신설은 더없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생태환경 문제에 한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태 문제만을 다루기로는 교회 사상 첫 회칙인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할 만큼 생태환경 문제는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다. 생태환경위원회 신설은 한국 교회 생태환경 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교회의 이름으로 조만간 발표할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는 병인박해를 과거의 사건으로 기념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 재현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과거를 회고하는 일회성 행사에 머무는 ‘기념’과 과거의 일어난 일의 의미와 정신을 오늘의 삶으로 되살리고 실현하는 ‘기억’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면서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는 기념이 아닌 기억에 초점을 맞춘 교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교단이 각자 주머니를 털어 어려운 아시아 교회를 돕겠다고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주교단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직후 열린 추계 정기총회에서 교황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가난한 이들을 돕는 ‘착한 사마리아인 통장’을 개설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지난 한해 통장에 입금한 돈을 한데 모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 지역 4곳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교들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첫 결실이다. 주교단은 앞으로도 매년 돈을 모아 어려운 이들을 돕기로 했다. 한국 교회를 이끄는 주교단의 솔선수범은 신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기타 의결 사항
주교회의는 이 밖에도 이번 총회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제11차 정기총회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로 당연직인 김희중 대주교(주교회의 의장)와 염수정 추기경 외에 조환길 대주교 강우일ㆍ이병호 주교를 선출했다. 11차 정기총회는 11월 28일∼12월 4일 스리랑카에서 ‘복음의 기쁨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비추어 본 가정’을 주제로 열린다. 또 신임 교황청립 로마 한인 신학원장 정의철 신부를 시복시성 추진을 위한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임명했다.
주교회의는 교회법위원회가 제출한 개정된 혼인 무효 소송법의 최종 번역문을 승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혼인무효소송 절차를 간소화하고자 지난해 8월 15일 발표한 자의 교서 「온유하신 재판관이신 주 예수님」에 따라 바뀐 교회법 일부 조항을 새롭게 번역한 것이다.
주교회의는 전례위원회가 제출한 「동정녀 봉헌 예식」 「대수도원장 축복 예식」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화상 대관 예식」 「구마 예식」 「장례 예식」의 번역 개정안을 승인하고 이 예식서들을 사도좌에 제출해 추인을 요청하기로 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