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알제리 수도자 납치 테러 사건’ 희생자 7명 유언
아프리카 북서부 알제리의 티비린 인근에 있는 아틀라스 수도원.
수사들이 하나같이 수줍은 듯 촌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본다. 백발이 벗겨지고, 수염이 덥수룩한 게 알프스 산마을을 서성이다 마주칠 법한 할아버지들 같다. 성 베네딕토의 규율을 따르는 엄률시토회(트라피스트회) 수도자들이다.
이 사진은 틀림없이 20년 전에 찍은 것이다. ‘틀림없이’라는 부사를 굳이 붙인 이유는 이들 가운데 7명이 20년 전 이맘때(3월 27일) 이슬람 반군에게 납치됐기 때문이다. 7명은 어딘가에 억류돼 있다가 두 달 뒤인 5월 31일 모두 주검으로 발견됐다. 끔찍하게도 몸통은 온데간데없고 머리만 발견됐다.
20년 전 가톨릭 교회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알제리 수도자 납치 테러 사건’이다.
트라피스트회 수도자들은 전통적으로 봉쇄 구역에서 관상 생활을 한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의 이 수사들은 수도원 안에서 고요히 머물 수만은 없었다. 담 너머 마을 주민들이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이다. 수사들은 배고픈 사람이 찾아오면 물과 빵을 줬다. ‘까막눈’ 주민들의 편지도 대신 써줬다. 의대 출신인 뤽 수사는 의사 친구들이 보내준 의약품을 들고 나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줬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이슬람교도였지만 이내 친구가 됐다. 마을 축제에서 수사들은 가톨릭식 기도를, 주민들은 이슬람식 기도를 바치면서 한 형제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시샘하던 악마들이 20년 전 그날 밤 수도원에 난입했다.
그렇잖아도 몇 년 전부터 반군 동태가 심상치 않았다. 주민들조차 정부군과 반군 어느 쪽도 믿지 못하겠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수사들은 본국 철수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남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들에게 의지하던 마을 친구들이 눈에 밟혀서 짐을 쌀 수가 없었다.
수도원장 크레티앙 드 쉐르제 신부는 납치되기 전에 이런 유언을 남겼다.
“제가 만일 어느 날엔가 테러 희생자가 된다면, 제 삶은 하느님과 알제리에 봉헌됐다는 것을 수도 공동체와 교회, 그리고 가족들이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