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학자 카스퍼 추기경, 언론 인터뷰에서 밝혀
독일 출신의 세계적 신학자 발터 카스퍼 추기경<사진>이 최근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정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을 일반적 관점으로 보면 이혼 후 재혼자(사회혼)에게도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카스퍼 추기경은 영국 가톨릭 매체 「더 태블릿」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헌은 엄격한 궤변적 접근을 극복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양심의 자유에 여지를 남겼다. 또 교리와 교회법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서 모든 것을 바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는 2014년, 2015년 잇따라 열린 가정 시노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는 복음 말씀에 기초해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고수한다. 따라서 교회 법원에서 첫 결혼의 무효 선언 판결을 받지 못한 채 재혼하면 간통 또는 중혼의 죄 상태에 놓여 영성체는 물론 고해성사와 교회의 주요 봉사직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개혁 성향의 시노드 교부들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들이 회심과 참회를 통해 성체를 영할 수 있는 상태인지 ‘식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시노드에서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이 논쟁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들’ 범주에 넣어 “다양한 상황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들도 교회 도움을 받으면서 하느님 은총 안에서 살 수 있다”(298~299항)고 말했다. 그리고 각주를 통해 “(교회 도움 중) 어떤 경우 성사의 도움도 포함된다”고 밝혔는데, 이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게 신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카스퍼 추기경은 “이혼 후 재혼자들의 상황 어딘가에 함께하면서 사면하고 친교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며 “그런데 이는 일반적 법이나 허가가 아니라 사례별로 사목적 식별에 의해 판단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교황의 이 권고는 교회에 결정적 변화를 몰고 올 문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혁명이라는 단어에는 뭔가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뜻이 담겨 있기에 이 문헌을 ‘혁명적’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대신 전체적인 가톨릭 비전의 ‘업데이트’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은 엄격한 율법 교사의 눈이 아니라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의 정신으로 현대 사회의 가정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시노드 교부들의 전체적 의견과 일치한다.
교황은 지난해 수요 일반알현 중 가정교리 강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성사혼 실패 후 사랑과 진리 안에서 새로운 동거 관계를 시작한 신자들에게 교회가 형제적으로 세심한 환대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그들은 결코 파문당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도 여전히 우리 교회의 구성원입니다.”
이혼 후 재혼자의 영성체 허용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