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보스 섬 난민 캠프 방문, 시리아 난민 세 가족 12명 데리고 바티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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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모리아 난민 캠프에서 도움을 호소하는 난민들 손을 잡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레스보스(그리스)=CNS】 |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해 난민들을 위로하고, 국제 사회에 인도주의적 대처를 거듭 촉구함에 따라 난민 위기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고조되고 있다.
교황의 난민 캠프 방문에 대한 EU와 터키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럽의 문을 닫아걸고 유럽 영토(그리스)에 들어와 있는 난민들마저 터키로 돌려보내는 것은 최선책이 될 수 없다는 ‘양심의 소리’가 EU 내부에서 끊이지 않는다. EU는 사실상 유럽행 중동 난민의 1차 집결지가 된 터키에 지원금과 비자 면제 혜택 등 몇 가지 ‘당근’을 주고 골치 아픈 난민 문제에서 손을 떼려 한다.
이에 대해 레스보스 섬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벌이는 국제 예수회 난민 봉사단은 “EU와 터키는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을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강제 송환 금지 원칙과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난민 강제 송환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난민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인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공세가 멈추지 않은 한 난민들은 계속 쏟아져 나올 텐데 터키가 언제까지 이들의 유럽행을 막는 차단벽 역할을 할지도 의문이다.
교황은 16일 로마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수행 기자들에게 “벽을 만드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늘 이야기해 왔다”며 “지난 세기에 보아온 벽들이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성과 대화와 통합으로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키와 그리스는 난민 위기의 최전방이다. 국제난민기구에 따르면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수가 올해 들어서만 15만 명에 달한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수는 366명이다. 터키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은 270만 명이다. 레스보스 섬에 수용된 난민 2500여 명 가운데 상당수가 터키로 강제 송환될 처지에 놓였다.
교황은 국제 사회의 난민 환대와 수용, 근원적으로는 중동의 평화를 난민 위기 해결책으로 본다.
교황은 레스보스 섬에서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 등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난민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봉착했던 비인간적 상황과 유사한 위기”라며 “국제 사회는 외교적ㆍ정치적ㆍ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난민 ‘환대와 수용’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이날 시리아 난민 세 가족 12명을 전용기에 태워 로마로 돌아갔다. 이들은 모두 이슬람 신자로, 12명 가운데 6명이 아이들이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세 가족의 로마행은 관계 당국과 사전에 조율된 사항으로, 바티칸이 이들의 지원과 정착을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또 대형 천막까지 들어가 난민들 손을 일일이 잡아주면서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교황은 “여러분이 지금 홀로 버려진 것 같은 고통, 특히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중대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관심을 세상에 촉구하고, 해결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교황과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항구에서 바다로 화환을 던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바다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