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장 마크 오울렛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 요약
양 떼 없는 목자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목자는 양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평신도의 시대가 왔다’는 유명한 슬로건이 정작 현실에서는 고장 난 시계 같습니다(구호에 그치고 있습니다). 사제는 현실에서 실질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슬로건에 함몰되지 말고, 신앙적 삶을 사는 평신도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평신도 신분으로 교회에 들어왔습니다. 신부 혹은 주교로 세례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교회는 엘리트 사제나 축성 생활을 하는 수도자 혹은 주교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모든 이를 신앙으로 이끌고 거룩한 하느님 백성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평신도야말로 교회와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성직자는 그런 평신도에게 봉사하라고 부름 받은 것이지 그들을 이용하라고 부름 받은 게 아닙니다.
성직주의는 교회에 위험합니다. 성직주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교회론을 잘못 살아가는 데서 빚어진 결과입니다. 그것은 평신도 역할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믿는 모든 이에게 동일한 세례의 은총을 감소 또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선(善)과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는 평신도가 더 잘 압니다. 그러므로 평신도가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슨 발언을 해야 하는지 성직자가 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목자가 현대 사회의 수많은 도전에 대해 유일한 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비논리적입니다.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성직자는 평신도와 동행해야 합니다. 그들이 모순 가득한 세상에서 희망과 살아 있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하는 노력을 북돋우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문을 열고 평신도와 함께 일하십시오. 그들과 함께 꿈을 꾸십시오. 함께 성찰하면서 기도하십시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