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알 타예브 대이맘 만나 두 종교 새로운 대화의 장 마련… “만남 자체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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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 알 타예브 대이맘에게 기념 메달과 환경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선물하고 있다. 【바티칸=CNS】 |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 바티칸에서 이슬람 수니파 최고 지도자인 아흐메드 알 타예브(Ahmed Al-Tayyib) 대이맘을 만나 두 종교 간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었다.
교황과 알 타예브 대이맘은 이날 교황궁에서 가벼운 포옹과 뺨 키스로 인사를 나눈 후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교황은 “우리 만남이 곧 메시지”라며 2006년 이후 대화가 끊겼던 두 종교의 대표 회동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알 타예브 대이맘은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알 아즈하르 대학과 사원을 이끄는 수니파 수장이다. 수니파는 이슬람 신자의 90가 속한 최대 교파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이번 만남은 가톨릭과 이슬람 간의 대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교황과 대이맘은 양 종교가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점, 폭력과 테러 반대, 중동의 갈등과 긴장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보호 문제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가톨릭과 이슬람은 2006년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레겐스부르크 연설’(※미니해설 참조)이 이슬람 비하 논란에 휩싸이면서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시간이 흘러 대화가 재개되는듯했으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콥트교회 폭탄 피격(2011년) 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소수 종교인 보호를 촉구하면서 다시 틀어졌다. 알 아즈하르 측은 교황의 호소를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한 후 대화 창구를 닫아버렸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미니해설- 레겐스부르크 연설 논란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2006년 9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 강연 중 중세 후기 비잔틴 황제 마누엘 2세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 논란에 휩싸였다. 비잔틴 황제가 페르시아 학자에게 “무함마드가 새롭다고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 보여 봐라. 너는 오로지 나쁜 것과 비인간적인 것만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칼을 통해 신앙을 전파하라고 지시한 것 등이다”고 말한 대목이다.
교황은 폭력을 통한 신앙 전파의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이 발언을 인용했으나, 이슬람권은 물론 서구 언론들까지 일제히 비난 논평을 쏟아냈다. 몇몇 이슬람 국가에서는 교회 시설이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교황은 훗날 “사람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읽을 것이란 걸 의식하지 못했다. 전체 내용을 보지 않고 텍스트 하나를 잘라서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유감을 표시하면서 실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