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124위 한국 순교 복자 기념일이다. 성인 축일이나 복자 기념일은 순교자일 경우 순교일로 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124위 복자의 경우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의 순교일이 한국 교회 수호자인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12월 8일이어서 그가 전주교구 순교자임을 고려, 124위 중 전주교구 복자들이 가장 많이 순교한 날인 5월 29일을 기념일로 제정했다.

올해로 124위 순교 복자 기념일을 두 번째로 맞는 한국 교회는 순교 복자들을 기리며 다양한 현양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개인, 가족, 모임, 본당별로 도보 성지 순례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124위 한국 순교자를 시복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 때 한국 신자들에게 순교 복자들의 희생과 인내를 기억하며, 물질 가치에 안주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또 ‘평신도 교회’ 곧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한국 교회의 전통을 지속시켜 복음의 기쁨을 알리는 데 분발해 달라고 호소했다.

교황의 당부를 실천하는 길은 순교자들이 목숨으로 지킨 신앙을 생활로써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신앙을 생활로 실천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삶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각자 삶의 자리를 복음화하는 것보다 더한 순교자 현양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자리는 ‘가정’이다. 가정 안에서 신앙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가족이 함께하는 기도만큼 더 좋은 처방전이 없다. 기도는 신앙의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기도가 중심이었던 순교자들의 성가정처럼 한국 교회 모든 가정에서 기도를 통해 신앙이 전수되고 성숙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