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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 심포지엄, 「만천유고」 저자가 이승훈 아닐 가능성 제기
「만천유고」(蔓川遺稿)에 실려 있는 「만천시고」(蔓川詩稿)와 「수의록」(隨意錄)의 저자가 알려진 것과 달리 이승훈(베드로)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천유고」는 한국인 첫 영세자인 이승훈의 호 ‘만천’을 따서 묶은 책으로 이승훈과 초기 천주교 인사들이 쓴 글들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왔지만 2014년 윤민구(수원교구 손골성지 전담) 신부가 “「만천유고」는 허구”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이벽의 「성교요지」(聖敎要旨)에 대해서는 “위작이 아니며, 신학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가 16일 수원교구청에서 ‘「만천유고」의 「성교요지」 등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서종태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만천시고」에 실려 있는 시 70수 가운데 이승훈의 저작으로 단정할 수 있는 시는 한 편도 없으므로 「만천시고」는 이승훈의 저작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만천시고」의 작자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서 교수는 “「만천잡고」, 「만천시고」, 「만천수의록」에는 이승훈의 저작이 아님이 분명한 글들이 다수 실려 있다”고 밝혔다. 류영봉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이승훈의 생애에 비춰 보면 기개 넘치는 서정과 유교적 냄새가 묻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만천유고」의 ‘수의록’에 대한 검토’를 발표한 원재연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수의록에서는 유교적 소양으로 천지 창조 과정을 이해하고 있으므로 필자가 천주교 신자가 아닐 수도 있다”며 “이승훈이 수의록 저자라고 가정할 때는 그의 천주교 입교 시기 및 천주교 이해 방식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민구 신부는「초기 한국천주교회사의 쟁점 연구」를 통해 「성교요지」를 이벽이 썼다는 근거는 애초에 없었고, 「십계명가」와 이벽이 지었다는 「천주공경가」도 모두 가짜라고 주장하면서 위작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본지 1273호 2014년 7월 13일 자 1면 참조)
이날 심포지엄에서 ‘「성교요지」의 용어 검토’를 발표한 김학렬(수원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는 “「성교요지」에서 문제가 된다는 용어는 모두 가차 문자(외국어를 중국어 음을 따 한자로 변환해 사용하는 문자)”라며 “이벽이 활동할 당시에 양반 가문에서는 중국어뿐 아니라 만주어와 일본어를 상식처럼 익히고 있었으므로 이벽은 가차 문자를 사용한 ‘바쎄역 성경 필사본’이나 ‘쁘아로(예수회) 신부의 만주어 필사본 등도 구해 읽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성교요지」 연구의 흐름과 신학적 전망’을 발표한 김동원(수원교구 천진암성지 전담) 신부는 “교회사학계는 「성교요지」의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고, 여러 논문에서도 「성교요지」가 교회의 신앙적 보편성이나 일치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내용을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 “오히려 신학의 발전을 위해 「성교요지」의 풍부한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