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청소년·청년·학부모 대상 심층 인터뷰 진행
청소년 사목 시스템이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가 청소년ㆍ청년ㆍ학부모 등 4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주일학교ㆍ본당 청년회 활동 등 기존의 청소년 사목 시스템이 현대 사회 청소년들의 다양한 특성과 상황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과 학부모
인터뷰 조사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청소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ㆍ한부모ㆍ재혼 가정 등 다양한 가정 형태의 등장이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들은 특히 “아버지는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성당에 함께 가지 않는 분”이라고 당연하게 여겼다. 이런 경향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족이 함께 기도한 경험도 거의 없었다. 학부모 역시 “가족끼리 마주치는 시간도 별로 없어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상당수의 본당이 첫영성체 교리 방식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가정 교리’를 택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청소년과 학부모 모두 ‘본당 활동을 일상생활에서 연장된 노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들은 “맡은 역할이 커질수록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했고, 학부모 역시 “조금이라도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바로 많은 일을 주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 결과 보상ㆍ경쟁 위주의 활동 교육이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청소년이 본당 활동을 동아리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내부적으로 부정적 요인이 생기게 되면 성당에 나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 많은 학부모가 신앙 전수가 아닌 윤리 교육을 이유로 자녀를 성당에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인터뷰에서 성당에 다니는 아이와 다니지 않는 아이의 차이점을 ‘착하게 생활하는 태도ㆍ배려’ 등으로 꼽으며, 가톨릭 구원 신앙이 아닌 윤리적 태도를 자녀에게 신앙으로 가르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청소년 사목 전문가들은 “청소년 사목의 열쇠를 쥔 학부모를 위한 신앙 교육 프로그램 부족으로 이러한 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청소년 사목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부모 양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년
청년들의 경우 ‘N포세대’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N포세대란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하는 20~30대 청년층을 일컫는 신조어로,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부터 취업ㆍ주거ㆍ인간관계ㆍ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청소년사목위원회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다양한 인간관계 맺음에 두려움을 느끼며 △바쁜 직장 생활로 인해 건강 악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그리스도교 안에서 ‘구원의 의미’를 찾기보다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성당을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교회 시스템 안에서 오히려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은 “본당 활동과 인간관계 확대 압박감에 지친다”면서 “강압적, 비민주적 의사 결정 때문에 교회와 거리를 두게 된다”고 밝혔다.
6년 차 교리교사 박 안젤라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목회 위원이 직장 상사처럼 회식을 강요하는 등 주일학교 운영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할 때는 심한 괴로움을 느낀다”면서 “개인적인 일과 교리ㆍ행사 준비가 겹칠 때는 봉사가 일로 느껴져 스트레스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본당 신부와의 마찰로 성가대 반주자를 그만두게 된 이 스텔라씨는 현재 냉담 중이다. 이 스텔라씨는 “당시 신부님의 독단적인 결정에 거부감도 들고 반항심도 들었다”며 “봉사가 아닌 일이 되는 것 같아 회의감이 들어 교회와 멀어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슬기 기자 jda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