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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주교회의 긴급 성명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 이후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된 마약 범죄 용의자 수가 40명을 넘어서자 필리핀 주교회의가 긴급 성명을 내고 정당방위를 구실로 한 살상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주교회의는 ‘이성과 인간애에 호소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경찰이 조사 절차도 없이 체포에 저항하는 용의자를 즉결 처형하듯 사살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며 “특히 대통령이 마약상 검거와 마약사범 시신에 포상금까지 내건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6월 30일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막말을 일삼고, 법과 인권을 초월한 ‘범죄와의 전쟁’을 예고해 가톨릭 교회를 비롯한 각계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경찰관이 마약 용의자를 사살해 형사고발 당하면 도와주겠다”며 대대적인 범죄 소탕전을 독려했다. 최근에는 남은 선거자금을 마약사범 검거 포상금으로 풀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벌써 가톨릭 및 인권단체들과 갈등을 빚는 양상이다.
주교회의 의장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는 “우리는 범죄와 싸워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에 처벌받지 않고 계속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은 사법 정의 체계에 중대 결함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지도층과 특권층의 범죄는 내버려 두고 민생 현장의 범죄 소탕에 열을 올리는 데 대한 비판이다.
마닐라 대교구장 타글레 추기경도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죽음의 문화’를 배격하는 국가가 될 것을 기원하는 기도를 바쳐줄 것을 교구민들에게 요청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