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문명과 충돌 아닌 이슬람 내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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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카에서 테러가 발생해 21명이 숨지자 ‘테러를 내려놓으라’고 쓴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여학생들. 【다카(방글라데시)=CNS】 |
터키 이스탄불, 방글라데시 다카, 이라크 바그다드…. 언제 어디서 그들의 폭탄이 또 터질지 모른다. 유럽을 불안에 떨게 한 이슬람 국가(IS) 추종 세력이 테러 전선을 아시아로 넓히는 양상이다.
이건 서구와 이슬람 세계 간의 문명 충돌이 아니다. 시리아만 하더라도 아사드 정부군과 급진 무장세력, 소수민족이 뒤엉켜 싸운다. 이 때문에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 5년 만에 폐허의 초승달이 돼버렸다. 더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시리아의 평화에 관한 메시지에서 “어떤 국가는 평화를 얘기하면서 뒤로는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내전의 혼란 속에서 이익을 챙기는 집단을 비판했다.
상황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좀더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선교사이자 중동 전문가인 이탈리아의 쥴리오 알바네제(57) 신부는 최근 아시아 3개국 이슬람 영토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이슬람 내부의 전쟁으로 간주했다. 또 이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원인을 “서방 언론이 매번 제삼천년기의 새로운 십자군 전쟁으로 결론지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신의 이름으로: 희생자와 도살자」라는 책을 냈다. 「바티칸 인사이더」와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그들의 정치적 목적은 무엇인가.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얘기다. 물론 그들의 만행 뒤에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념적, 교리적 시스템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다카 테러를 보라. 테러범들은 모두 중산층 이상의 집안 출신이다. 그들은 체제 전복 혹은 사회질서 파괴를 위해 종교를 동원했다.”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건가.
“이슬람 세계를 아는 사람은 문명의 충돌에 휘말리는 걸 피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그들의 테러는 꾸란은 물론 이슬람 전통 또는 신비주의와 아무 관계가 없다. 지난 4~5년간의 테러 희생자 숫자를 보라. 무슬림들이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이슬람 내부의 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 영향이 서구에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 3일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자폭 테러로 200명 넘게 사망했는데.
“그 가운데 20명이 어린이다. 그런데 (브뤼셀과 파리 테러와 달리) 서방 언론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자국의 안위만 걱정하는데, 그런 테러와 죽음은 사하라 사막 이남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일상화됐다. 그래서 교황이 무기 거래를 비난하고, 국제사회 지도자들에게 평화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 아닌가. 서방 국가에도 중동 분쟁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문제만 봐도 이란ㆍ러시아 진영과 사우디아라비아ㆍ미국ㆍ카타르 진영 간에 공공연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IS는 그 틈바구니에서 지정학적 이점의 부산물을 챙긴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쓸 수 있는 카드는 ‘평화’라는 카드밖에 없다는 교황의 말은 옳다. 무력으로 이런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초장부터 모든 걸 잃는다. 외교적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왜 이슬람 문제를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시켰다고 생각하나.
“언론에 큰 책임이 있다. 서방 언론은 매번 제삼천년기의 새로운 십자군 전쟁으로 결론지었다. 보코하람(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 무장조직)은 그리스도인보다 무슬림을 훨씬 더 많이 학살했다. 희생자 현황을 들여다보면, 언론은 자신들 머리를 쥐어뜯어야 할 판이다. 서방 국가의 대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지역 대학들이 살라피스트(급진 원리주의자들) 수중에 넘어가는 것을 방관했다. 이런 문제를 숙고하는 이슬람 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대신 무기만 팔았다.”
-이슬람 내부의 충돌이라면, 개혁 세력과 근본주의 테러 세력 간의 충돌로 봐야 하나.
“그렇다. 정치와 종교 관계에 관한 신학적 도전의 문제다. 이슬람 세계는 신정(神政)국가 체제로의 접근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는 이슬람 현대화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