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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교황들이 권하는 도전적인 소설 (상)

읽기 힘든 만큼 깊은 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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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힘든 만큼 깊은 감동 선사





“구름은 하늘가 멀리 걸려 있고 나뭇가지에 바람 한점 없는 날/누가 이 찜통더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조용히 앉아서 책 읽는 게 제일이구나.” - 조선 시대 학자 윤증의 시 ‘더위(暑)’

윤증의 말마따나 시원한 데 앉아서 책장 넘기는 것만한 피서도 없다. 책 속에 빠지면 ‘스르륵’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솔밭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 못지 않다.

가톨릭 온라인 매체 에픽퓨(EpicPew)가 ‘교황들이 당신에게 씨름해 보길 권하는 도전적인 소설들’이란 제목으로 교황들이 애독했거나 언급한 적이 있는 소설을 소개했다. ‘씨름’이니 ‘도전’이니 하는 까닭은 통속 소설이 아니라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고전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장구한 세월, 책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은 고전은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약혼자들(알렉산드로 만초니 지음/문학과 지성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세 번 읽었는데, 또 읽으려고 책상에 놔둔 책”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던 소설이다. 소설의 한 구절을 주님 수난 성금요일 강론에 인용한 적도 있다.

「약혼자들」은 이탈리아의 국민소설로 불리는 작품이다. 페스트와 30년 전쟁, 밀라노 폭동 등으로 혼란에 빠진 17세기 초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을 배경으로 악독한 귀족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는 순박한 연인의 투쟁을 그렸다.

불의에 맞서거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회피하는 비겁한 마을 신부, 힘 있는 자들에게 늘 치이고 밟히는 이름 없는 민중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재위 1963~1978)은 만초니 서거 100주년 때 추모 공개서한을 통해 작가의 문학 혼을 기린 바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옙스키 지음/민음사ㆍ열린책들ㆍ푸른숲 등)

설명이 필요 없는 불후의 명작이다. 세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그리고 사생아 스메르자코프가 속물적인 아버지 표토르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소설의 백미는 이반과 알료샤 사이에 벌이지는 ‘대심문관’ 논쟁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받은 세 가지 유혹은 빵과 기적, 권력의 유혹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로마노 과르디니 재단 연설에서 이 작품의 한 구절을 인용해 위대한 신학자 과르디니의 정신과 하느님의 본성을 설명했다.

역대 교황들도 이 소설을 자주 언급했다. 베네딕토 16세는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2007)에서 하느님 은총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오류를 지적하면서 “도스토옙스키가 이 소설에서 이러한 하늘 나라와 이러한 은총을 반대한 것은 옳았다”(44항)고 말했다. 정의를 배제한 채 은총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작품을 짧게 평가해 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난 도스토옙스키를 매우 사랑합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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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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