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에서 발견하는 신앙과 진리
가톨릭 온라인 매체 에픽퓨(EpicPew)가 ‘교황들이 당신에게 씨름해 보길 권하는 도전적인 소설들’이란 제목으로 교황들이 애독했거나 언급한 적이 있는 소설을 소개한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민음사)
베르나노스(1888~1948)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가톨릭 작가다.
“탈진한 가여운 한 마리 짐승마냥 물기 어린 풀숲에 그냥 누워 있는 것 같은” 작은 시골 마을에 부임한 젊은 신부는 자신의 시련과 고뇌를 일기장에 써내려 간다. 마을 풍경은 가난과 욕망, 권태와 반교권주의에 빠진 20세기 초반의 유럽 사회와 다를 게 없다. 병약한 데다 인간관계가 서툴기 짝이 없는 시골 신부는 희망 없는 슬픔에 잠기곤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2013) 83항에서 무기력한 나태, 회색 실용주의, 노골적 냉소에 빠지는 슬픔은 “악마의 가장 귀중한 영약”인 양 그들(복음의 일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지적했다. 이 소설에서 인용한 표현이다.
작가는 나약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고결한 인간 본성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젊은 신부의 고독과 연민까지 깊숙이 들여다봤다. “아무려면 어떤가? 모든 것이 은총이니”라는 시골 신부의 마지막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모든 것이 은총”이라는 말은 오랜 고뇌 끝에 자신과 화해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작가 베르나노스를 “성인들의 이상에 매료된 위대한 작가”라고 칭송한 바 있다.
쿠오 바디스(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민음사)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작품. 전승에 따르면 박해가 두려워 로마에서 도망치던 사도 베드로는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그리스도와 마주치자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라고 물었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이다. 그러자 그리스도는 “너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러 로마로 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작품 배경은 네로 황제의 그리스도인 박해 시대다. 폴란드 출신 작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수난 이야기를 통해 제정 러시아 치하에서 고통받는 민족의 아픔을 드러내고자 했다.
폴란드 출신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78년 즉위식에서 이 소설을 언급하고, 사도 베드로의 이 질문은 “참으로 감명 깊은 문학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왕(로버트 휴 벤슨 지음/ 국내 미번역)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속주의 같은 이데올로기의 ‘효과적인 해독제’라며 일독을 권한 책이다. 소설은 두 신부가 지하 세계에 사는 템플톤이라는 노인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노인은 반(反)그리스도적 통치 세계와 세상 종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시 마르크스주의와 세속적 인본주의에 휩쓸려 신앙을 잃어가는 유럽, 특히 영국 사회에 빗댄 것이다.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교황)은 1992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주창하자 이 작품을 인용해 비판했다. 소설을 보면 반그리스도 세력이 유사한 질서 속에서 평화의 전령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