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성당 테러… 난민과 종교적 갈등 문제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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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성당 테러 발생 이튿날인 7월 27일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나온 파리 시민들이 자크 아멜 신부의 사진과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한 구절을 넣은 현수막을 들며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파리(프랑스)=CNS】 |
7월 26일 프랑스의 한 시골 성당에서 노 사제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살해됐다는 소식이 가톨릭 교회를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이슬람 국가(IS) 추종 세력이 유럽 그리스도교 문명의 상징적 공간인 성당에 난입해 미사를 주례하던 신부를 참혹하게 살해했기에 충격과 분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종교 시설까지 목표로 삼은 그들의 테러에 대해 ‘종교 전쟁’ 운운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응은 놀라우리만치 냉정하다. 교황은 7월 31일 폴란드 세계청년대회를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한 수행 기자가 “테러에 관해 이야기할 때 왜 ‘이슬람’이란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무슬림이 모두 다 폭력적인 건 아니다
“폭력적인 이슬람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신문을 훑어봐도 폭력 사건이 수두룩하다. 어떤 사람은 여자 친구를, 또 어떤 사람은 장모를 죽였다. 그 폭력범들은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일 것이다. 이슬람 폭력을 얘기하려면 가톨릭 폭력도 얘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무슬림이라고 다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소수의 극단주의자는 가톨릭을 포함해 모든 종교에 다 있다. 이슬람을 폭력적인 종교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황의 이 발언은 극단주의자들의 증오 범죄를 똑같은 증오와 복수로 대응하는 건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강경 대응은 오히려 그들이 원하는 것이다. 서방 세계가 IS에 대한 분노를 이슬람 전체로 돌림으로써 이슬람과 서방 그리스도교 세계 간 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이슬람 내부에서조차 ‘이단아’ 취급을 받는 IS로서는 세력 결집이 수월해진다.
교황은 또 “테러는 다른 선택이 없을 때 자라난다. 좀 위험한 말이긴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세계 경제의 중심에 물신(物神)을 모셔두는 것이야말로 원초적 형태의 테러라고 생각한다”며 가난과 소외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질타했다.
교황은 7월 30일 밤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거행된 전야 기도회에서 가톨릭 교회가 프랑스 성당 테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밝혔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에 대항해 고함치거나 싸우고 파괴하려고 하지 않는다. 미움을 통해 미움을, 폭력을 통해 폭력을, 테러를 통해 테러를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전쟁 중인 세상에 대한 우리의 답은 한 가지다. 형제애, 형제적 사랑 그것뿐이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서방 강대국의 대테러 정책과 유럽에서 ‘2등 시민’ 취급을 받는 이주 무슬림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강경 대응이 오히려 상황 악화
윤리신학자 알렉산더 루시 스미스 신부는 「가톨릭 헤럴드」 기고문에서 “프랑스 정부가 테러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동시에 그 노력이 매번 그랬듯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잇따른 테러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강경 대응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데 대한 비판이다.
그는 또 서방 세계가 9·11 테러 이후 15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대부분 실패했거나 상황만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아멜 신부를 살해한 광기(狂氣)뿐만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의 붕괴에 직면했다”며 프랑스의 강점인 평등과 관용(톨레랑스)의 정신 회복을 촉구했다.
프랑스는 전체 인구의 7.6가 무슬림이다. 톨레랑스 정신에 따라 이주민을 적극 수용했기에 유럽에서 이주 무슬림이 가장 많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과 취업 등에서 차별을 받으면서 도시 변두리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