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문제점과 대안
줄기세포로 대변되는 첨단재생의학은 21세기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최첨단 의료 분야다.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 경쟁력은 세계 7~8위의 논문 발표 건수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적 수준이다. 1998년부터 2014년까지 전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건수는 우리나라가 미국(135건)에 이어 두 번째(39건)다. 현재 정부가 허가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4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연구 기술력보다 실용화가 앞서는 편이다.
지난 6월 발의된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후 이번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법안으로, 정부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제1376호 8월 7일자 1면 기사 참조>
법안의 입법 취지는 나무랄 데 없다. 기업이 생산한 첨단재생의료 제품들을 승인하는 절차를 빠르게 진행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첨단 치료제를 빨리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문제는 승인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려다 보니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간략하게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환자의 건강권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교회, 경제적 이익보다 생명 우선시 해야
법안에 따르면, 새롭게 신설되는 첨단재생의료심의위원회와 첨단재생의료진흥원이 첨단재생의료에 관한 정책과 연구, 인허가 과정에 주도적 권한을 갖고 모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지금은 약사법 등에 따라 통상 5~7년이 걸리는 신약의 안전성 검증 과정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
법안은 또 안전성만 확보하면 시판을 승인해줄 뿐만 아니라 시판 이후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자료의 평가, 수집, 제출, 보고의 의무를 두지 않았다. 안전성 심의를 생략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고(10조 2항), 시판 후에 꼭 필요한 장기 추적 조사도 선택적으로 하도록 했다 (19조 1항).
줄기세포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신약의 안전성과 함께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유효성 검증을 마쳤을 때 비로소 보건당국이 시판 허가를 내준다.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신약 개발비의 절반 이상이 소요되며, 새로운 신약의 84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중도에 하차할 정도로 엄격한 과정이다.
법안은 환자의 건강권을 위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이 과정을 느슨하게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환자의 건강을 담보로 신약 개발사의 편의를 봐주는 셈이다. 생명이 아닌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법안을 교회는 당연히 반대한다.
대안으로 ‘세포치료제 조건부 허가’ 확대 제시
굳이 이런 법을 제정하지 않고도 법안의 좋은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가톨릭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 오일환(알베르토,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행하려는 ‘세포치료제 조건부 허가 신청 확대’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포치료제 조건부 허가’는 특정한 상황에서 조금 더 쉽게 빨리 허가를 내줌으로써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오 교수는 “이 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국제 수준의 보건 관리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절박한 환자들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부응하는 일”이라며 “기존 법 체계의 중심을 흔들지 않으면서 현재 발의된 법안의 취지를 잘 살려낼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엄격한 검증 기준이 개발자에게 당장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체력을 강화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효과를 낳는다”면서 “가장 도덕적인 것이 가장 산업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