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자 성월이다. 전례력에 따라 해마다 지내는 성월이지만 병인 순교 150주년인
올해처럼 큰 의미를 지닌 순교자 성월도 없을 것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올봄 정기총회에서 병인 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 교서를 발표하고 순교자들을 본받아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뚜렷한 표지가 돼 달라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주교회의는 특히 사목 교서를 통해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들, 원수까지도 용서할 것을 다짐하면서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 삶을 비추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길로 이끄시도록 의탁하자고 권고했다.
지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는 신냉전 상황이라 할 만큼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여 하느님 자비의 표지가
되겠다는 주교회의의 선언을 신자들은 마음속 깊이 되새겨야 한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는 예수님 말씀처럼 그리스도인이 희망하는
평화는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포용과 상생의 평화이다.
순교자들은 죽음을 통해 이 평화를 실현하신 분들이다. 연민과 자비로 용서하고
죽음을 통해 하느님 구원 사업의 도구로 쓰인 것에 기뻐한 순교자들처럼 지금 우리는
평화의 도구로 쓰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순교자들의 삶의 중심이 기도였듯이
우리도 기도를 통하여 평화를 위한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다.
기도의 힘을 바탕으로 주님의 자비에 힘입어 서로 연대하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오늘날 순교자 성월을 지내는 우리들의 삶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