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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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여름, 휴가지에서 함께한 가족 모습. 왼쪽부터 남편 김덕근씨, 막내 비오(세례명, 혀 내밀고 있는 아이), 여섯째 도미니코(비오 뒤), 다섯째 대건 안드레아, 조영선씨. 맨 오른쪽은 큰 딸의 딸. 조영선씨 제공 |
1999년 12월 31일 아침. 조영선(엘리사벳, 58)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알고 지내던 수녀였다. 미혼모의 집을 담당하고 있던 그 수녀는 “엄마가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났다. 혹시 아이를 키워줄 수 있는 가정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날 오후, 마치 무엇에 이끌린 것처럼 남편과 함께 미혼모의 집을 찾아가 아기를 만났다. 태어난 지 한 달쯤 된 아이는 천사처럼 예뻤다. 부부는 그날로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첫 입양이었다. 부부는 2010년까지 아이 4명을 더 입양했다. 조씨는 “입양은 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며 “좀더 많은 분, 특히 가톨릭 신자들이 입양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17년 전, 요한 세례자(세례명)를 입양하기 전만 해도 조씨는 입양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다만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품고 있었다.
“젊은 시절,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삼고 맞벌이를 하면서 무척 바쁘게 살았어요. 어느 날 열 살 된 딸이 엄마를 그린 것을 봤는데, 그림 속 엄마는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모습이었어요. 충격을 받았죠. ‘내 삶의 목표는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회의가 들었고, 어릴 적 꿈이었던 ‘소외된 사람 돕기’를 이제부터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즈음에 수녀님 전화를 받은 거죠.”
입양은 한 생명을 구하는 일
요한이를 무작정 집에 데려왔지만, 그때만 해도 조씨는 입양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입양한 아이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었다. 기우였다.
“일하느라 두 딸은 시어머니와 보모가 키워주셨어요. 실제로 제가 아이를 키운 건 요한이가 처음이었어요. 친자식보다 더 예쁘더라고요. 온 가족이 아이를 사랑해 줬어요. 입양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져 갔죠.”
아이를 키우면서 입양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입양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졌고, ‘한 아이만 더 품자’고 결심했다. 부부는 입양이 잘 이뤄지지 않는 남자아이, 그중에서도 ‘연장아’(신생아가 아닌 나이가 있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몇 년에 걸쳐 두 아이를 더 입양했다.
2010년, 인천의 한 보육원 수녀가 “보육원을 퇴소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입양 가정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수녀는 조씨 부부에게 입양을 부탁했다. 당시 조씨는 52세, 남편 김덕근(즈카리야)씨는 54세였다.
“세 번째 아이를 입양하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부부가 어린아이를 키우기에는 나이도 많았고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양하기로 했어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데려가실 때까지만이라도 키우자. 부모 없이 자라는 것보다는 늙은 부모라도 있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죠.”
입양, 누구나 할 수 있어
5세, 3세 남자아이를 입양했다. 신생아는 입양 부모와 별문제 없이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만, 보육 시설에서 생활했던 ‘연장아’들은 내면에 상처가 많아 관계 형성이 쉽지 않다. 조씨 부부 아이들도 자다가 비명을 지르고, 이유없이 분노하고, 자해를 하는 등 마음의 상처를 드러냈다.
조씨는 “아이들 심리 치료를 꾸준히 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 줬다”면서 “입양아들의 상처는 새 가정 안에서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처가 많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쁜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힘든 일도 많았다. 조씨는 “신앙의 힘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혹시 아이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두려움도 많았어요.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긍정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주님이 아이를 키워주신 거나 마찬가지예요. 꾸준히 성체조배를 하면서 힘을 얻어요.”
조씨는 “지금도 수많은 아이가 입양되지 못하고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입양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가톨릭 입양 가족 모임인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을 만든 조씨는 대표를 맡고 있다. 매달 둘째 주일 수원교구청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한 달 동안 아이를 키우며 있었던 일들을 나눈다. 현재 ‘공개 입양’(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알려주는 것)을 택한 30여 가정이 함께하고 있다. 참여 문의 : 010-7148-4113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