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의 날(2일), 교회 노인사목 진단
9월 23일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 문화관 1층.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가 마련한 C3A(Catholic 3rd Age) 강좌 중 ‘자유여행’을 수강한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패키지(Package)여행이 얼마나 식상한 지 아시잖아요? 사전조사를 통해 일정과 교통편, 숙식, 비용 등을 정하고 혼자 짐 싸서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이야말로 ‘로망’이죠. 그렇지만 노인들은 인터넷도 못하고 예약 방법도 모르잖아요.”(윤재영 실비아, 65)
‘가톨릭 시니어 재능나눔학교’의 사전 프로그램인 C3A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스마트폰 활용법에서 미술 힐링, 고전음악, 영화감상, 퀼트, 여행 영어회화 등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
김원휘(베네딕토, 69) 재능나눔학교 추진위원 대표는 “노인사목이란 게 결국은 노년의 삶을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살도록 해주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성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그게 제대로 되면 전교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이처럼 ‘실속 있는’ 시니어 아카데미 강좌가 흔한 게 아니다. ▶관련기사 4면
노인사목 전담부서, 서울대교구뿐
교구 사목국 산하에 노인사목 부서가 설치된 교구는 서울대교구뿐, 타 교구는 노인사목 담당 사제를 두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 교구나 본당은 노인대학(본당 시니어아카데미)으로 노인사목을 대신한다. 문제는 노인대학에는 주로 80대 이상만 참여하지, 55세에서 75세까지 신중년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7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711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2025년이면 고령 인구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 9년 뒤면 ‘고령자 1000만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따라서 교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일부 농촌 본당에서 시작된 고령화 물결은 이제 도시로까지 불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신자 수가 4000여 명에 이르던 지방 도시의 한 본당은 현재 신자 수가 1000여 명으로 줄었을 뿐 아니라 평균 연령도 65세다. 주일학교 학생은 5명도 채 안 된다.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위원장 조규만 주교)도 올 한 해를 ‘한국 노인의 현실과 문제-교회의 사목적 해결 방향’으로 정해 노인사목의 비전과 실천 방향을 모색하고 있을 정도다.
노인대학, 평생교육원 체제로 바꿔야
문제는 현실 진단은 있지만,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대한 속 시원한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말만 무성하지 노인에 대한 이해도 없을뿐더러 사회도, 교회도 구체적 관심이 없다. 다 손을 놓고 있다.
지금은 기존 노인사목 기구 개편도 과제지만, 기존 노인대학의 개편이 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노인대학을 대학-대학원-평생교육원 체제로 바꿔 영ㆍ올드 시니어아카데미로 분리해 운영하자는 제안이다. 아울러 생애 주기별 신앙교육 차원에서 노인에 대한 신앙 교육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고, 노인복지 문제를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 담당 유승록 신부는 “노인들을 교회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의식 변화와 함께 공동체 안에서 전례 등에 참여하도록 역할을 주고 노인 역시 신앙 교육의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