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불법 인공임신중절 처벌 강화 입법 예고
가톨릭·생명윤리 단체 “생명에 대한 인식 처참한 수준” 개탄
낙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 수술)을 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부터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도덕적 진료 행위’를 하는 의료인의 자격 정지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늘렸는데, 보건복지부가 비도적적 진료 행위로 규정한 8개 항목 가운데 하나가 ‘모자보건법을 위반해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수술’이다. 처벌을 강화해 불법 낙태 수술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행 형법은 낙태를 범죄로 보고, 낙태한 여성과 낙태 수술을 한 의료진을 처벌하고 있다(제269조, 제270조). 그러나 낙태를 해도 처벌받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산모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임신으로 산모가 위독할 경우 등이다.
문제는 불법 낙태가 횡행하는 현실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 가운데 20가량이 낙태 수술을 경험했다. 2010년 기준으로 1년에 약 17만 건의 낙태 수술이 이뤄졌다. 그러나 의사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치를 감안하면 연간 30만 건이 넘는 낙태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낙태죄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하자 의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비도덕적 의료 행위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포함된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법적 강제와 현실을 무시한 윤리적 강요를 통해 윤리적 의료를 성취하겠다는 발상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며, 관치의료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낙태 수술을 하지 않으면 미성년자 미혼모가 늘어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성계는 한 발 더 나갔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내세우며 정부가 입법예고안을 철회할 뿐 아니라 낙태죄까지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성명에서 “여성들의 임신ㆍ출산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하는 ‘낙태죄’ 개정 1만 명 서명운동 참여를 제안한다”고 했고, 70여 개 여성 단체는 공동성명에서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며 낙태를 반대해 온 가톨릭계와 생명 운동 단체들은 “우리나라의 생명 문화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처참한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는 “뱃속 태아를 인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죽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여성들이 자기 결정권을 말하는데, 생명은 선택과 결정으로 죽이고 살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 처벌 강화 논란을 떠나 우리나라가 생명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면서 “생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책임 있는 성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