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추진위 주최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 학술 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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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 학술 발표회 참석자들이 이영춘 신부 발표를 듣고 있다.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재료도 다듬고 정리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사료(史料)가 그렇다. 어딘가 있다 하더라도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모른다면 없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사료를 정리하고 목록화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주교회의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준철 신부)가 20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개최한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 학술 발표회는 1784년 한국 교회 창립 이후 교회 사료들에 대한 현황을 살펴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목록화하기 위한 방대한 작업의 첫 단추로 눈길을 끌었다. 목록화 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담은 발표회 내용을 요약한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한국 천주교 사료 관리 현황-전주교구를 중심으로(이영춘 신부, 호남교회사연구소장)
사료 목록화를 위해 필요한 일은 장비와 인력, 재정을 갖추는 것이다. 특히 장비는 디지털화 작업에 필수적이다. 인력 문제는 각 교구와 연구소마다 담당자나 직원, 연구원 등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목록화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사업의 통일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각 소장처나 연구소, 박물관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카드 양식을 통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 연구소는 사료의 보존 관리를 위한 시설과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사료 대부분이 종이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부서지거나 파손되기 쉽다.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수장고를 설치해 원본 사료들의 보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각 교구와 연구소마다 수장고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주교회의 차원에서 공동 수장고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곳에서의 분실을 대비해 사료를 이중, 삼중으로 보관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디지털의 맹점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디지털은 잘못하면 한순간에 모든 자료를 잃을 수 있다. 아무리 디지털이 대세라 하더라도 때로는 한 장의 종이만도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각 교구의 본당 사목 방문 때 유물이나 자료에 대한 관리 사항도 점검하면 좋겠다. 사목 방문 매뉴얼에 유물, 사료에 대한 관리 사항을 넣는다면 지금보다 관리 보존이 훨씬 잘될 것이다. 이 모든 일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료를 포함한 모든 신앙 유산에 대한 관심이다.
▨한국사 사료 디지털화 작업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에 드리는 제언(류준범 편사연구관, 국사편찬위원회)
국사편찬위원회의 전자 사료관 사업은 위원회가 수집한 국내외 다양한 사료를 기록학의 경험과 성과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정리ㆍ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자료 정리의 기본 방침과 메타데이터 세트 제작 등에 활용된 기본 지침은 ISAD(G)이다. ISAD(G)는 세계기록관리협의회(ICA)에서 발행한 기록물 기술(記述)의 국제 표준이다. 위원회는 2000년에 발행된 개정 표준을 기준 지침으로 삼았고, 이를 위원회 사정에 맞춰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ISAD(G)는 사료 수집부터 보존ㆍ관리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 최적화된 표준안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표준안은 사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사료 목록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층화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ISAD(G)의 핵심은 기술 대상 단위를 다양한 레벨로 계층적으로 구성하고, 일관되고 체계적인 메타데이터 세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천주교 사료 목록화 사업에서 현실적인 문제는 전산 시스템을 언제 만들 것인지가 될 것이다. 대상 사료의 범위, 기술 대상 사료의 계층 구조 확정, 메타데이터 확정, 메타데이터 작성을 위한 업무 흐름 확정 등이 이뤄졌다면 전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과제가 모두 확정되면 전산 시스템은 비용의 문제가 된다. 전산 시스템은 데이터의 성격과 업무 체계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지, 전산 시스템이 데이터의 성격과 업무 체계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한국 교회사 아카이브 시스템의 전망(김익한 교수,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아카이브(디지털 파일 저장)시스템은 △소재 정보 파악, 목록화, 디지털화 등 작업을 편리하게 해줄 뿐 아니라 지역적으로 분산된 교회사연구소들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 △집적된 자료를 편리하게 공유하게 해준다는 점 △개별 기관에서 사용 가능한 준(準) 독립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고 이를 메인 시스템과 연결함으로써 교회사 자료 수집 주체들이 ‘따로 또 함께’ 성장하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천주교 사료 목록화 사업이 10년간이라는 긴 안목으로 추진된다면 세세한 요구 사항들을 지속해서 보완해 감으로써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개별 주체들의 성장 메커니즘 확립과 그것을 지지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의 구축은 교회사 자료의 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해줄 성공 요인이다.
교회사 자료 시스템의 기본 구조는 16개 교구 및 교구 소속 교회사연구소, 절두산 순교자박물관 등 특수 소장 기관, 남녀 수도회, 그리고 가톨릭대학들을 지역ㆍ영역별 자료 수집, 소장, 관리 기관으로 선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교회사 자료 시스템은 지역에 흩어진 자료 수집ㆍ관리 기관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동시에 이들 개별 시스템을 통합하는 네트워크적 성격도 구현해야 한다. 교회사 자료는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고, 난해하며, 대부분 아날로그로 돼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서둘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시스템의 새로운 경향들, 교회사 자료들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시기적으로는 자료 집성 사업을 2년 정도 해 보면서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이나 일부 교회사연구소에서 쓰고 있는 방법들이 선진적이라 하더라도 모두에게 편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교회사 아카이브 시스템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혜의 종합물이어야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탄생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의 사료 분류 체계와 통합 관리 방안을 위한 기초 연구(차기진 박사, 양업교회사연구소장)
지금까지 한국 천주교 사료에 맞는 표준화된 분류안을 만들고,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 즉 메타데이터(Metadata)를 설계하고 데이터베이스(DataBase)를 구축함으로써 사료를 통합 관리하고 일반에게 원문과 텍스트를 서비스하는 것은 요원한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 사료에 대한 통합 관리를 제안하고, 모범 사례로 독일 역사의 종합 사료집(문헌집)인 「게르만역사문헌집」을 제시했다. 181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보완ㆍ개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방대한 사업으로, 현재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모든 문헌 자료들을 pdf 파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 천주교 사료 목록화 사업은 △한국 천주교 사료의 보존 현황과 관리 실태 파악 및 효율적인 통합 관리를 위한 표준안 마련 △천주교 사료의 디지털 아카이빙과 인터넷을 통한 자유 검색을 바탕으로 천주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관련 연구의 활성화 및 대중화에 기여 △사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자료 검색 및 활용 등 중복 노력에 들어가는 시간적ㆍ경제적 비용 절감 △천주교 사료 정보에 관한 IT 경쟁력 강화 및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 산업(천주교 관광 자원의 확대 등) 수요와 시장 창출의 기여 같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목록화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교회 모든 교구청 문서고, 연구소, 도서관, 박물관, 그리고 크고 작은 사료 소장처의 협조와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