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물대포 맞고 사경 헤매다 선종,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장례 미사 봉헌… 미사 후 광화문서 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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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고 백남기 농민 장례 미사에 앞서 염수정 추기경이 고인의 관에 성수를 뿌리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이힘 기자 |
백남기(임마누엘) 농민 장례 미사가 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시민들의 애도 속에 염수정(서울대교구장) 추기경 주례로 봉헌됐다. 지난해 11월 집회 시위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다 9월 25일 선종한 지 41일 만이다. 향년 69세.
장례 미사는 차분하고 경건하게 거행됐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광주대교구장) 대주교와 옥현진(광주대교구 보좌)ㆍ유경촌(서울대교구 보좌) 주교, 사제단이 장례 미사를 공동집전하며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을 비롯한 신자와 수도자, 시민 2000여 명은 이른 아침부터 성당을 메우고 추모기도에 동참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추모 강론을 통해 “정직하게 땀 흘려 길러낸 우리 먹거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고인의 외침이 살수 대포에 의해 참혹하게 죽어야 할 정도로 부당한 요구였느냐”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평생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갈망하던 고인의 삶과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길이 남게 될 것”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김 대주교는 이어 “정부 측의 공식사과와 힘겹게 사는 농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달라”라고 정부에 촉구하며 “고인처럼 우리도 성숙한 민주화 달성과 우리 농촌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자”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학 시절 유신 철폐 시위를 주도하다 계엄군에 체포돼 옥살이를 겪었으며 잠시 수도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1986년 가톨릭농민회에 가입해 전국 부회장을 지내면서 생명농업을 일구는 일에 매진했다.
장례 미사는 10월 25일 경찰이 고인에 대한 부검 영장 집행을 종결하면서 치러졌다. 김희중ㆍ이병호ㆍ유흥식ㆍ유경촌 주교를 비롯한 사제들은 고인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을 찾아 미사를 주례하며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결국 유가족은 정부의 사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고인을 떠나보냈다.
장례 미사 후 신자와 시민 수천 명은 명동성당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노제를 이어가며 긴 운구 행렬에 동참,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유족에는 아내 박경숙(율리아나)씨와 자녀 백두산(하상 바오로), 백도라지(모니카), 백민주화(유스티나)씨가 있으며, 고인의 시신은 광주 망월묘역에 안장됐다.
유가족 측은 “함께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 주길 부탁드린다”며 “죄인 처벌과 농촌 문제 개선 때까지 잊지 말고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