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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아이들에게 공정한 세상 돌려줘야

이상도 요한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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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도 요한 사도



2001년 개봉된 영화 「두사부일체」는 조직폭력배 두목이 졸업장을 따기 위해 고교에 입학한다는 것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다. 편하게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영화지만 속에 담긴 메시지는 교장과 교사가 학생의 성적을 조작하는 등 학교 내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었다.

그런데 영화 속 학교보다 더 생생한 부조리가 확인됐다.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가 다녔던 서울 청담고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국내 대회 출전을 이유로 공결 처리됐지만 정씨가 실제로는 해외에 있었고 체육 수업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실기시험과 수행평가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 학교 선생님이 돈 봉투를 받아 챙기는 등 학교의 묵인과 은폐가 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화여대에 대한 교육부 감사 결과는 더 가관이다. 이대는 정씨가 체육 특기자 전형 원서 접수 마감 이후에 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상 실적 면접평가에 반영시켰고 서류평가에서 정씨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 면접에서 낮은 점수를 주도록 유도했다.

대학 입시의 기초 자료인 고교 생활기록부부터 이화여대 특기자 전형 면접까지 상상을 초월한 부정이 벌어졌다.

지난 9월 광주시교육청의 수피아여고 감사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이 학교 교장과 교사 2명은 공부 잘하는 1등급 학생 25명의 생활기록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36차례나 조작했다. 학교 차원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소위 명문대에 가는 걸 돕기 위해 생활기록부에 손을 댔다. 이 학교는 무려 2년간이나 생활기록부를 조작했다.

6월 대구시교육청의 대구 시내 사립고 감사 결과도 놀랍다. 교사가 자기가 지도했던 동아리 학생 105명 가운데 30명의 생활기록부를 수정해 ‘창의적 체험 활동 상황’에 높은 점수를 줬다.

얼마 전 전국 60만 수험생들이 2017학년도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치렀다. 이들이 정유라가 부정한 면접으로 만점을 받아 이화여대에 입학했고 어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도우려 생활기록부를 조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엉뚱한 결과지만 그동안 대학 입시에서 특기자 전형이 부조리한 통로가 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으로 만천하에 드러났고 아울러 이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고교 학생부 조작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 금수저 전형이 되고 있다는 비아냥거림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 생활기록부는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료로 그 기록을 고치는 것은 범죄 행위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특정 학생의 학생부 내역을 좋게 하려고 각종 상을 몰아주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70.6, 또 매년 체대 입시생 5명 중 한 명은 특기자 전형으로 선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시 전형의 토대가 되는 학생부의 위상이 흔들리고 특기자 전형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면 심각한 일이다. 정부나 대학에서 충분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주장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회의감이 든다.

이 기회에 수시 비중의 조정이나 특기자 전형의 공정성을 살릴 수 있는 전면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부터 불의가 판치는 세상을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정의를 살리고 학생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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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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