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종교국 국장, 건설적 대화에 대한 의지 밝혀 … 주교 임명권 등 문제는 아직도 논란 대상
중국 종교국 왕쭤안 국장이 “중국은 바티칸과 관련 원칙에 기초해 차이를 좁히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적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 보도에 따르면, 왕 국장은 2016년 12월 27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제9차 중국 천주교 대표 대회 개막 연설에서 중국은 바티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항상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국장은 종교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최고위급 관리다.
왕 국장은 또 중국 정부는 바티칸이 좀 더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를 증진하려면 바티칸에서 우호적 환경 조성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가 대화의 전제로 내세운 ‘관련 원칙(related principles)’은 바티칸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교회를 스스로 관리, 운영한다는 중국 정부의 기본 원칙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바티칸과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중국의 모든 종교는 외세 간섭 없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자양), 스스로 전파하며(자전), 스스로 다스린다(자치)는 이른바 삼자(三自) 정책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자 정책은 중국이 공산 정부 수립 이후 일관되게 고수하는 원칙이다.
바티칸과 중국은 이런 기본 원칙 아래에서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한 대화를 하다 보니, 주교 임명권 문제와 관련해 쉽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주교 임명권은 사도좌의 고유 권한이다. 교황은 자신이 임명한 주교를 통해 보편교회를 통치하는데, 중국 정부는 이를 자치(自治) 정신을 훼손하는 외세 간섭으로 본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은 또 어떤 국가이든 대만과의 외교 단절을 수교 조건으로 요구하는데, 바티칸이 이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양측이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혀 수교 발표가 임박했다는 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365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흘간 열린 이번 대표 대회에서 쿤밍교구의 마잉린 주교가 주교회의 의장에, 린이교구의 팡 싱야오 주교가 관변 단체인 애국회 회장에 재선출됐다. 참석한 주교 59명 가운데 상당수는 바티칸에서도 승인한 주교라고 UCAN이 전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