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 전체가 곧 문화입니다. 따라서 사목은 그 자체로 문화사목입니다. 일상적 문화를 수용해 교회적, 복음적 가치가 깃든 문화로 만들고 확산해야 합니다. 본당은 바로 그 현장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본당 사목은 어떠해야 할까? 오랫동안 ‘문화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가 5년 동안 서울 불광동본당에서 ‘문화’를 매개로 시도했던 사례들을 총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김 신부는 「본당사목, 문화를 입다- 문화사목의 이해와 실제」(232쪽/1만5000원/평사리출판사)를 제목으로 한 이 책을 통해, ‘문화사목’과 ‘문화복음화’의 이론을 실제로 사목 현장에 적용한 풍부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2008년에 발행한 「디지털 시대의 문화복음화와 문화사목」을 통해 문화사목의 한국적 적용을 위한 이론적 바탕을 마련했다면,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사목적 실천 방안을 밝히고 있다. 미래사목의 대안으로서도 관심 가질 만한 시도들이다.
김 신부는 이전 여러 본당에서 꾸준하게 시도한 문화사목의 실천과 적용을 불광동본당에서 집중적으로 구현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책에 소개한 10가지의 문화사목 형태는 본당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신부는 ‘문화사목’을 접근 방식에 따라 크게 ‘문화를 통한’ 사목과 ‘문화에 대한’ 사목으로 분류한다. ‘문화를 통한’ 사목은 문화를 사목의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미디어사목과 독서사목, 성지순례 사목, 동호회사목, 문화공간 사목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문화에 대한’ 사목은 문화를 그 자체로 사목 대상으로 삼아, 우리 주변의 문화를 생명과 사랑의 문화로 바꾸는 사목활동을 말한다. 생명사목, 미디어 중독 예방과 교육, 칭찬사목, 환경사목, 인권사목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김 신부는 독서, 칭찬, 성지순례, 본당단체박람회, 디지털 문화, 환경문화, 영상미디어, 재능나눔, 영적 독서 피정, 청년해외봉사 등 본당이 자리한 지역적 특성과 환경에 맞게 새롭게 떠오르는 10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다양한 시도들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최순섭(베드로·서울 불광동본당)씨는 “문화사목을 처음 접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면서 “신앙생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성숙한 신앙을 체험하게 됐고, 나중에는 협조자로서 함께 사목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문화를 매개로 한 사목을 올바로 구상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대중문화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중문화는 무조건 저급하거나 퇴폐적이라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대중문화 속의 높은 가치를 발견하고, 대중문화 자체를 복음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본당 사목에서도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토착화의 중요성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상장례 예식에서 가톨릭교회 고유의 ‘연도’는 이미 낯설거나 이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가톨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것이지요. 그리스도교 문화를 토착화해 우리의 문화로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특별히 한국교회 고유의 순교 문화는 계발할 여지가 엄청난 보화입니다.”
2월 14일부터 청담동본당 주임으로 활동하게 된 김민수 신부는 새로운 소임지에서도 ‘문화를 입은’ 참신한 본당 문화사목 방안들을 적극 시도할 계획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