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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 담화 - 헌법재판소의 평결 선고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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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장이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유흥식 주교가 2017년 사순을 맞아 3월 1일 ‘헌법재판소의 평결 선고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유 주교는 담화문을 통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이로 인한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사회교리의 정신에 비추어 조명했다. 유 주교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는 현재, 가톨릭 신자들이 ‘그리스도인의 행동 지표’인 사회교리에 따라 현 시국을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유 주교는 평결을 앞둔 헌법재판소가 정의롭고 합법적이며 투명한 판결을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에 응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주교는 “오직 역사와 진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판결만이 탄핵정국으로 분열된 민심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 주교는 “한국 천주교회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가 국민에 의해 올바르게 구현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며 탄핵정국 과정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화합으로 이끌어가는 활동에 투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주교는 대통령의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촛불의 민심을 다 담을 수 없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헌법질서를 유린하면서 강행해 국가를 위기로 몰고 온 정책들을 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주교는 국정교과서, 사드 배치, 한일위안부 합의 등을 ‘비복음적 사태’로 규정하고, 이를 시작점부터 재검토하고 바로잡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유 주교는 “깨어있는 국민만이 위기를 도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천만이 넘는 불빛은 냉철하게 깨어있는 민주주의 지킴이가 되어 새 역사를 향해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주교는 “역사는 용기 있는 진리의 증언자들과 국민의 진정한 번영과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투신하는 정치인, 법 정의를 증거한 법조인을 기억할 것”이라며 “우리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노력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 주교는 “교회는 회개하며 정의와 평화, 진리를 가로막는 모든 악에 맞설 것”이라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행동하는 기도’로 사랑과 평화를 위해 투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담화문 전문]

2017년 사순시기 담화문
(헌법재판소의 평결 선고를 기다리며)

2017년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오늘 ‘재의 수요일’은 일제의 지배에 항거하여 독립을 외친 3·1절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재의 수요일’은 선민의식과 율법주의에 하느님을 가두어두었던 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그 어느 해보다도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최근 우리는 긴 역사의 많은 희생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유린하는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그 불의한 현실에 맞선 성숙한 시민의 함성은 정의와 평등을 향한 염원을 공명시켰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순시기를 맞이하는 우리는 교회의 사회교리를 충실히 살아내지 못한 잘못을 먼저 반성합니다.

사회교리의 목표는 인간 실존의 복잡다단한 현실을 해석하며, 세속적이면서도 동시에 초월적인 소명에 관한 복음의 가르침에 이러한 실재들이 부합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며, 이는 그리스도인의 행동 지표가 됩니다(『사회적 관심』 41항 참조). 이에 교회는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사회교리의 정신을 새롭게 하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 선고를 앞둔 우리의 현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우리 교회는 당신의 수난을 통해 인류에 대한 그침 없는 사랑과 봉사와 결단을 명하시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현 사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1.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법 정의가 실현된 합법적이며 투명한 판결을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에 응답해야 합니다. 오직 역사와 진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판결만이 탄핵정국으로 분열된 민심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성숙한 민주의식은 법의 원칙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하며, 우리 사회는 이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 각성된 시민의 촛불은 당리당략을 위해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고 이용하려는 모든 정치세력의 악의를 밝히 비추고, 마침내 삼권분립의 원칙이 온전히 실현된 내일을 열어가리라 기대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가 국민에 의해 올바르게 구현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며 탄핵정국 과정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화합으로 이끌어가는 활동에 투신하겠습니다.

2. 역사와 국민을 기만한 모든 정책은 이제라도 무효화되어야 합니다.

탄핵정국의 수습은 정권교체로 완결될 수 없습니다. 현 정권은 국민을 기만하고 헌법질서를 유린하면서까지 국가적 위기를 자초한 정책들을 강행시킨 바 있습니다. 이 잘못된 정책들을 사회의 혼란을 틈타 강행하려는 현실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합니다. 국론을 통일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행된 국정역사교과서 편찬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특정인을 미화하려던 정책임이 드러났습니다. 국가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강행한 사드 배치는 국가를 군사, 외교 및 경제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긴장과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은 오히려 증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한국과 일본 사이의 화해를 표방한 한일위안부 합의의 민낯은 한일군사협정과 부산 평화소녀상 문제에 대응하는 현 정권의 자세에서 숨김없이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평화와 포용, 자비에 역행하는 이 모든 사태는 비복음적 사태입니다. 이 비복음적 사태에 대해서는 그 시작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할 때 사회복음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하는 사순시기의 의미는 결실을 맺게 됩니다.

3. 깨어있는 국민만이 위기를 도약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천만이 넘는 불빛은 냉철하게 깨어있는 민주주의 지킴이가 되어 새 역사를 향해 도약하고자 합니다. 역사는 용기 있는 진리의 증언자들과 국민의 진정한 번영과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투신하는 정치인, 그리고 법 정의를 증거한 법조인을 기억할 것입니다. 각성된 국민의식은 사상논쟁을 통해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여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모든 세력에 분연히 맞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노력으로 단합하여야 합니다. 한국 교회에 주어진 십자가를 우리 모두가 두려움 없이 짊어질 때, 이번의 사순시기는 파스카의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순시기에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하여 평화를 이루시도록 우리는 기도하며 정의를 위하여 노력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로 한걸음 나아갑시다.

4. 교회는 회개하며 정의와 평화, 진리를 가로막는 모든 악에 맞서겠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증거하는 보편적 가치 추구는 하느님께서 인간 안에 심어주신 선성을 보여줍니다. 전 세계의 정치 현실은 야만적인 공격성에 심취하는 대중을 등에 업고 번져가는 악의 세력을 드러냅니다. 이성적 합의를 능멸하고 약자에 대한 관용과 배려의 정신을 고사시키는 야만적이며 폭력적인 힘의 확산은 모든 교회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교회가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살아내지 못한 결과, 어둠이 빛을 이기는 듯한 착시현상이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재를 쓰고 허리띠를 동여매며 가슴을 치는 통회하는 마음으로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에 교회는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열강의 패권추구가 우리 민족이 이룩한 화해와 일치의 기운을 무력화시키도록 방관하지 않겠습니다. 교회는 민족의 화해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선을 증진하려는 민족적 염원에 동참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사적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 또한 교회는 양심과 원칙을 저버리며 사실을 은폐하고 위조하려는 모든 세력에 ‘행동하는 기도’로 의연히 맞서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인류와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시고 십자가 길을 걸으셨으니, 우리도 이 사순시기에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일깨워 주시는 사랑을 우리 희망의 원천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 사랑은 평화를 위한 투신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그 어느 누구도 배제하거나 모함하지 않고 대화하며 일치하도록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대전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교구 설정70주년을 맞으며 우리는 순교의 피로 세워진 교회의 의미를 시노드 안에 담아내어 자랑스러운 순교자의 후예로서 나갈 길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심에 놓이는 일은 사랑과 소망을 실천함으로써 신앙을 증거한 신앙선조의 모범을 따르는 일입니다. 신분강등과 사회적 핍박에도 흔들림 없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평등한 가치를 나눔과 섬김의 삶으로 증거한 순교자의 삶을 기억합니다. 또한 한국 천주교회는 사랑과 소망을 실천함으로써 신앙을 증거한 신앙 선조의 모범을 따르고자 합니다. 특별히 ‘재의 수요일’과 3·1절을 맞은 오늘, 비폭력의 정신으로 일제의 야만적 지배에 분연히 맞선 선열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오늘 우리는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사랑과 평화, 정의와 진리를 수호할 수 있는 용기를 성령께 간구하고 순교선조와 순국선열의 정신을 이어받아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오롯이 투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한국의 순교성인들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한국 교회가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증거할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소서.

2017년 3월 1일 재의 수요일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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