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에 긴급구제금융을 한 지 20년째다. IMF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노숙인일 만큼,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1999년 말 현재 서울 자유의 집 통계를 보면, 서울시 노숙인 수는 8711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시설 입소자 2000명을 포함하면 1만 명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 지금도 그 수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 않았다. 2012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실시한 전국 노숙인 실태조사 결과, 거리 노숙인 1811명과 시설 거주자 1만 1451명을 합쳐 1만 3262명에 이르렀다. 다른 통계도 거의 비슷하다. 노숙인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가 탄생한 것도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노숙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재활ㆍ자활을 지원하고 연대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물론 노숙인에 대한 교회의 배려가 시작된 것은 꽃동네회 오웅진 신부의 선구적인 사목을 통해서였다. 그 전통은 여러 가톨릭 노숙인 지원 단체들로 이어졌고, 서울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 17개 단체나 나눔의묵상회 등 교회 내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문제는 가톨릭의 노숙인 복지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있다. 노숙인의 열악한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현재 서울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의 회원시설 중 생활시설은 5곳이고, 나머지는 무료급식이나 점심 도시락 제공에 그친다. 노숙인의 재활을 돕기 위한 새로운 연대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노숙인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와 쉼터, 재활ㆍ자활 시스템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하다. 거리의 노숙인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더 기쁜 마음으로 섬기는 교회의 노숙인 사도직 활동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