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성주간(聖週間)이 시작된다. 15일 부활 성야 전 성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성주간은 1년 중 가장 거룩한 주간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깊이 묵상하고 체험하는 시기다.
교회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을 받고자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것을 기념한다. 성목요일 오전에는 모든 사제가 한데 모여 봉헌하는 성유 축성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사제직을 세우신 것을,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함께한 최후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억한다. 성금요일에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을 새기며, 성토요일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덤에 묻히신 것을 묵상하면서 부활을 기다린다.
가장 거룩한 시기인 만큼 성주간 전례 역시 성대하고 장엄하다. 1년에 한 번 거행하는 예식인 까닭에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례 또한 성주간의 깊은 뜻을 담아 전하는 거룩한 그릇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복잡한 전례 하나하나에 깃든 의미를 마음에 새길 때 성주간의 은총은 배가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성주간이 의미를 지니는 것은 성주간이 곧바로 예수 부활 대축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활하지 않았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은 허망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함으로써 죽음의 권세를 물리치셨다.
성주간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수난 없는 부활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함께할 때 비로소 부활할 수 있다. 가장 큰 고통인 십자가 수난과 가장 큰 기쁨인 부활을 함께 묵상하는 성주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