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은 예수 부활 대축일이다. 성체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온전히 드러내는 성사다. 하느님의 말씀이 강생하셔서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써 우리를 위한 빵이 되셨기 때문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참된 생명의 빵이시기에 가톨릭교회는 성체성사를 신앙과 교회 생활의 원천이며 정점이라고 선포한다.
부활의 삶은 바로 성체성사의 삶이다. 가톨릭 신앙이 사랑과 연결돼 있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신앙은 하느님의 근원적 사랑을 만남으로써 생겨나고 그 사랑 안에서 우리 삶의 의미와 선함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분의 생명을 나누는 성체성사의 삶은 자연히 ‘공동선’을 지향한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은 모든 이를 위한 선물로 사회를 비추는 생명의 빛”(회칙 「신앙의 빛」 51~55항 참조)이라고 했다.
올해는 세월호 3주기 날에 예수 부활 대축일을 지낸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전국의 교구장 주교들은 담화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또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무죄한 이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기를 호소했다.
신앙이 공동선을 지향하는 것은 이념적으로 편향되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모상인 모든 인간이 그리스도의 참된 생명의 빵을 나누기 위함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웃에게 눈을 감으면 하느님도 볼 수 없다”고 했다. 미사로 하나 되는 신앙의 해를 살고 있는 서울대교구민뿐 아니라 한국 교회 모든 구성원이 이웃에게 열려있는 신앙인으로 살겠다고 결심하는 예수 부활 대축일을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