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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세리 마태오가 저처럼 느껴졌어요”

카라바조 그림과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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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그림과 프란치스코 교황

▲ 카라바조 작 ‘마태오의 부르심’, 1599~1600년, 캔버스 유화,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지 성당의 콘타렐리 소성당, 이탈리아 로마.



어두컴컴한 골방에 칼날처럼 예리한 빛이 비스듬히 꽂힌다. 볼이 움푹 팬 예수(맨 오른쪽)가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누군가를 가리키며 말한다. “나를 따라라.”(루카 5,27)

부당하게 징수한 세금 일부를 빼돌려 각자 몫을 챙기는 듯한 세리들의 몸짓이 다양하다. 동전을 세는 척하면서 돈주머니를 슬쩍 감추는 이(맨 왼쪽)가 있는가 하면, 미소년 같은 젊은이는 옆 사람 어깨에 팔을 걸치고 거만하게 쳐다본다.



교황의 특별한 체험과 성소

베레모를 쓴 마태오로 추정되는 사내(정면 가운데)가 그나마 반응을 보인다. “저 말입니까?” 다른 대꾸일 수도 있다. “저는 아니지요?”라며 딴청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1571∼1610)의 그림 ‘마태오의 부르심’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교황은 17살에 자신을 부르시는 하느님 음성을 들은 체험과 교황직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순간을 얘기할 때면 늘 이 그림을 떠올린다. 추기경 시절에도 로마에 가면 이 그림을 보러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지 성당에 자주 들렀다.

교황은 1953년 9월 21일 성 마태오 축일에 하느님이 자신을 부르신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친구들과 학생의 날 행사를 준비하기로 한 그 날, 우연히 성당에 들어가 고해성사를 볼 때였다.

“고해성사를 보는데 내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꿔놨어요.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종교적 체험입니다.”(2013년 대담)

예수 시대에 세금 징수원은 로마 황제를 위해 식민지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사람인 터라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다. 또 돈을 만지다 보니 탐욕에 빠지기 일쑤였다. 교황은 그토록 죄 많고 타락한 세리 마태오에게 자신을 투영시킨다.

교황이 그림을 바라보며 묵상하는 것은 예수가 죄에 물든 마태오를 지목해 부르고, 마태오가 즉시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루카 5,28)는 사실이다.

교황이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예수회 동료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적이 있다. “베르골료(교황의 옛 이름)는 누굽니까?” 교황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죄인입니다. 이것이 가장 올바른 정의입니다.” 이어 이 그림을 언급했다.



주님 앞 죄인이지만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 마태오를 향한 예수님의 그 손가락이죠. 저도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눈길을 돌려 바라보신 죄인, 그게 저예요. 교황직 선출을 받아들이겠느냐고 저에게 물었을 때 했던 말은 이렇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하지만 주님의 크신 자비와 한없는 인내에 위탁하며, 참회의 정신으로 받아들입니다.’”

교황은 성소주일(7일) 담화에서도 죄와 나약함에 좌절하지 말고 주님 부르심에 응답하라고 호소했다.

“우리 안에 있는 수많은 나약함을 체험하고 때로는 좌절을 느낄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고개를 들어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무능하다는 생각에 짓눌리거나 비관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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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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