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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정당한 비판과 검증, 위축돼선 안 돼

이상도 요한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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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도 요한 사도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4월 말 자주 이용하던 카톡방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모친상을 당한 고향 선배 한 분이 조문객인 국회의원과 인사를 나누는 사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 후배가 “너무합니다”, “조문은 사람만 받는 겁니다” 등의 글을 쏟아냈고 당황한 선배는 “후배가 왔는데 안내는 해야지”라고 답했다.

그러자 또 다른 후배가 “○○도 문상을 다니는지 처음 알았다”는 댓글을 이어 갔다. 봄이면 산채축제, 가을이면 체육대회로 10여 년간 이어졌던 모임은 그렇게 수명을 다했다. 작은 소동 이후 한 달이 됐지만, 그 카톡방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이제 없다.

5월 초에 치른 대통령 선거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대 대결 구도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고향과 학교가 같더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보니 각종 모임에서 선ㆍ후배가 등을 돌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카톡방 사건도 그런 와중에서 벌어졌던 작은 여파였다.

얼마 전 모 언론에서 이낙연 후보자가 1991년 작고한 부친에게 상속받은 땅을 수년간 등기를 하지 않는 등 재산신고를 누락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댓글 여론이 움직였다. 과거 새누리당이 추천했던 후보들이 저질렀던 탈세, 병역 면제 등에 비하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글이 이어졌다. 핵심은 기사도 되지 않는 걸 왜 보도하느냐는 것이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친이 운영하는 학교법인 ‘웅동학원’이 2100만 원의 세금을 체납했다는 보도는 조국 수석이 서둘러 잘못을 인정하고 세금을 납부하면서 일회성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비난의 댓글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으로 향했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표는 전체 유권자의 51.8, 무투표 층을 합치면 38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 모두에게 지지를 받은 듯이 나라를 이끌었다. 더구나 친박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어떤 말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문제를 더 키웠다. 그렇게 감싸고 감쌌던 결과는 탄핵과 구속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사람은 100명 가운데 42명, 찍지 않은 사람은 100명 중 58명이다.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치면 그 비율은 31~32명 정도로 더 떨어진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81. 2에 달하는 등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을 찍지 않았던 사람들도 지금처럼 마음의 문을 열 수도 있다. 지난 대선 때 SNS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이른바 ‘문재인 호위무사’들의 위력은 타 후보를 압도했다. 이들은 조그만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즉각 댓글로 융단폭격을 가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나 지금도 대선 때처럼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자세는 결코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주 문재인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핵심권력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을 만났다. 진보 언론 두 곳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씨’라는 호칭을 붙여 악화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여론을 어떻게 처리해나갈지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국민과 언론의 정당한 검증과 비판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완장을 찰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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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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