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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대가 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돌과 화염병으로 맞서고 있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CNS】 |
프란치스코 교황과 남미 베네수엘라 주교들이 8일 바티칸에서 긴급 회동했다. 베네수엘라의 혼란을 진정시킬 방안과 대화 협상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베네수엘라는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반정부 시위가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대통령 퇴진과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강경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시위대가 경찰의 무력 진압을 돌과 화염병, 사제 총으로 맞서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외신들은 “시위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베네수엘라 주교회의 의장 파드롱 산체스 대주교는 “교황에게 지난 두 달 동안 목숨을 잃은 젊은이 70여 명의 명단을 넘겼다”며 “교황은 그 명단과 아울러 우리가 최근 목격한 사건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 깊은 슬픔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권력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정부와 반정부 진영의 강경 대치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정부 측과 반정부 인사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으나 아무 소득이 없었다”며 “베네수엘라에서 오늘날처럼 ‘대화’라는 단어가 평가절하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정부와 시위대 간의 대화보다 더 시급한 것이 식량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이다. 우리는 계속되는 경기 위기 속에서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국민들은 배가 고프고, 아파도 약이 없어서 시위에 참가할 기력조차 없는 상황이라 정부는 국민들이 조만간 복종하고 침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주교단은 정부나 반정부 진영 어느 한쪽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국민들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이 주교단뿐 아니라 카리타스 국제 본부에 베네수엘라의 인도적 위기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며 교황의 지원과 위로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교황과 주교단의 이날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이 막후에서 대화와 협상을 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롤린 추기경은 4년간 베네수엘라 교황대사로 봉직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현지 상황을 잘 안다. 지난해 12월 △식량과 의약품 반입 보장 △해산된 의회 재개 △정치범 석방 △선거 보장 등 4개 항의 위기 타결책을 제시한 바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